사회 사회일반

[국가 시스템 개조하자] 5부. 대립에서 평화로, 통일시대 앞당기자 <1> 경제통합 앞세운 마스터플랜 급하다

■ 정경분리로 민간 경협 활성화… 꽉 막힌 남북관계 뚫어라<br>경협은 신뢰구축 지름길<br>개성공단 복원 서두르고, 남북간 이질화 해소 위해… 북한 주민 끌어안기 필요<br>미·중·일 등 주변국 설득… 통일 지지세력 확보해야

북한의 개성공단 통행제한 조치로 인적이 끊긴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에서 한 병사가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남북경협의 마지막 보루였던 개성공단의 잠정폐쇄는 남북관계 단절의 신호탄이 될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서울경제DB


최근 남북경협을 제치고 북중경협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 간의 경제협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한반도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주도적인 역할을 중국에 내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북한의 개혁ㆍ개방을 유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붕괴된 남북경협이 기반이 돼야 한다. 따라서 북중경협이 아닌 남북경협 확대를 통한 북한과의 상호신뢰를 조성하는 동시에 한반도 평화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남북경협의 마지막 보루였던 개성공단 잠정폐쇄는 우리에게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일부에서는 지난 1972년 7ㆍ4남북공동성명 이후 41년 만에 남북관계 단절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남북관계를 이대로 둘 수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남북경협의 원칙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른바 정경분리 원칙이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것으로서 남북한 경제협력이 북핵 등 정치군사적 상황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정경분리 원칙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북한이 일단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를 군사적 긴장국면으로 몰고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과도한 정경연계 정책을 펴 남북관계를 지나치게 경색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24조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또 민간 차원의 경협과 정부 차원의 경협을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부 차원 경협의 경우 일정 정도는 정경연계가 불가피하고 경우에 따라 조건부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반도 통일을 위한 기반을 다지려면 특히 민간 차원의 경협에 대해서는 정경분리 원칙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양문수 북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정치군사적 여건을 이유로 민같 차원의 경협에 직접적인 제약을 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남북경협 확대는 남북 간 상호신뢰를 조성하는 최고의 전략으로서 결국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으로 이어지면 통일로 가는 길이 빨라진다"고 말했다.

◇경협은 상호 신뢰구축의 지름길=1990년 10월3일. 독일은 40년 만에 비로소 통일됐다. 그러나 충분한 사전 경제협력 없이 갑작스레 진행된 통일은 상당한 부작용을 낳았다. 경제적 격차로 인한 갈등과 서독 주민들의 동독 지원에 대한 반감, 동독 주민들의 사회주의에 대한 향수, 동서독 간 지역갈등과 적대감 등 한반도 통일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실제 남한과 북한은 한민족이지만 60년 이상 서로 다른 경제체제에서 살아왔다. 그간의 세월과 경제적 차를 뛰어넘어 남북이 하나의 공동체로 재결합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통일에 앞서 경제협력이 중요하다.


따라서 남북의 유일한 경제협력 창구였던 개성공단은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가 서둘러 복원해야 한다. 개성공단은 남북의 물적교류와 투자라는 단순한 의미 이상으로 남북 상호 간 신뢰구축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 개성공단이 활성화될수록 '코리아 리스크'가 줄어드는 등 파급효과도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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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남북경협 성과보고서에 따르면 1989년 남북 간 상품교역이 재개된 후 20년간 남북한은 94억달러의 경제적 이익을 얻었고 정치군사적인 면에서는 정치적 대립의 완충과 남북관계 대화창구 제도화에 기여했다. 비용 면에서도 군비확장 축소효과 등을 포함해 181억6,000만달러의 이익을 봤다고 분석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2011년 조사한 개성공단 운영의 파급효과 분석 결과에서도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생산유발 효과는 5조2,667억원, 취업유발 효과는 2만7,447명에 달한다.

◇북한 끌어안기 노력 필요하다=북한 전문가 대부분은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한 통일준비라고 강조한다. 통일준비의 선행과제 중 재원부담을 가장 많이 얘기하지만 이보다 북한 사람이 남한 사람에게 가진 두려움을 없애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논리다.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과 개혁ㆍ개방으로 나갈 수 있는 의지를 키워야 통일이 빨라질 수 있다는 논리다.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물적지원'과 민주화 욕구를 끌어낼 수 있는 '정보지원'을 꼽을 수 있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북한 주민 모두의 마음을 얻는 것은 어렵고 계층별로 나눠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이 어려운 빈곤층에게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복지혜택이 절실하고 중산층에게는 이보다 한 단계 높은 생필품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장기적 관점에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중일 주변국 설득하고 도움 얻어야=한반도 통일은 남북이 하는 것이지만 독일 통일에서 봤듯이 미국과 중국ㆍ일본 등 주변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핵심은 한반도 통일이 주변국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는 점을 외교적으로 설득하는 것이다.

주변국들은 동북아에 자주권 가진 큰 나라가 탄생하는 것이 현재의 질서를 흔들고 불안정을 가중시킨다고 생각할 수 있고 남북 분단이 오히려 관리하기 편해 통일을 반대할 수 있다. 따라서 미중일 주변국에 한반도 통일을 도와달라고 설득하는 노력은 중요하다. 한반도 통일이 미국과 중국, 일본러시아에도 유리해 동북아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중 관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중 관계가 깊어지면서 한반도 통일에서 중국의 역할이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통일을 위해서는 한중 관계를 증진시키고, 특히 외교안보 분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중국의 반대가 가장 큰 변수일 수는 있지만 이는 중국이 미중 관계라는 정치공학적 틀에서 반대하는 것일 뿐 미국과 중국의 격차가 계속 줄어들면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상승해 중국을 잘 활용하면 통일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변 4강뿐 아니라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폭넓은 외교를 통해 한반도 통일논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 20년간 통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어 외국에서 한국이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주변4강 외에 호주와 캐나다ㆍ인도 등 중견국과의 외교를 강화해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통일의 지지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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