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첫 과제는 갈갈이 찢긴 내부의 분위기를 하나로 봉합해 내는 것이다.’
류시열 신한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이 1일 라응찬 전 회장의 사임에 따른 경영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식 취임하면서 그룹내 파벌 갈등 일소가 중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월초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에 대한 신한은행의 배임ㆍ횡렴 혐의 고소로 촉발된 신한금융그룹 경영진간 갈등문제가 그 휘하의 임직원간 반목으로까지 불 붙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신한금융그룹 임직원들 사이에선 사석에서 이번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주요 임원 및 간부들의 이름을 공공연하게 거론하며 직간접적인 비난공세를 펼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그룹 직원들 간에 이번 (신한)사태의 책임을 놓고 누구 누구가 ‘오적’이라는 둥 ‘십적’이라는 둥 하는 식의 모함이 횡횡하다”며 “조직 균열로 문제가 번질까 봐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직원들은 직원들대로 ‘A임원은 라 전 회장측, B부행장은 신 사장측, C간부는 이백순 신한은행장측’이라는 식으로 은연중에 편가르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신한지주 주력 계열사의 한 간부는 “겉으로는 드러내진 않지만 임원이고 간부고 할 것 없이 서로 어떤 (경영진측의) 라인인지 눈치를 보고 서로 말 조심을 하고 있다”며 “이번 일에 대해 한 마디 잘못했다가 특정 라인으로 분류돼 찍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내분은 앞으로 신한지주의 정식 회장 대표이사 후임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한층 더 불거질 수도 있다.
실제로 KB금융지주의 경우 기존 경영진이 각종 의혹으로 교체돼 새 경영진 후보자를 찾는 과정에서 ‘모 임원은 모 후보의 사무실에 거의 출근하다시피 한다더라’식의 음해론이 횡행하는 등 줄서기가 노골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류 대행도 이 같은 문제를 의식해서 인지 사태 조기 수습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대행에 선임된 그는 다음날 바로 신한지주의 주요 부서 간부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등 조직안정화 작업에 곧바로 착수했다. 그가 1일 취임사를 통해 “새 경영진이 출범할 때까지 경영권의 누수 방지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은 류 대행이 그룹내 반목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내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신속하고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이사들만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이사회 운영 체계를 보다 개방화하고 임직원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별도의 특위나 기구를 상설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