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리모델링의 진정한 의미
이혜진 기자 (부동산부) hasim@sed.co.kr
이혜진 기자
정부가 최근 내놓은 리모델링 관련 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는 대신 리모델링을 장려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리모델링도 묶겠다는 것이냐. 정부안대로라면 리모델링은 할 수가 없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 같은 불만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아파트 소유자들의 리모델링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컸기 때문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리모델링을 통해 재건축 못지않게 평수를 늘리고 이에 따른 수익을 챙기려 한 만큼 반비례로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
그동안 건설업체들이 제시하고 주민들이 원했던 리모델링안(案)은 ‘리모델링의 탈을 쓴 재건축’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수를 15~20평 늘리는 것은 기본이다. 심지어 어떤 단지는 용적률이 170%였던 것을 250%까지 늘리려고 했다. 재건축을 하면 찾아먹을 수 있는 용적률인 만큼 리모델링을 통해서도 이 같은 몫을 챙겨야 한다는 논리다.
건설교통부에 의해 이 같은 방안에 제동이 걸리자 이제는 리모델링도 못하겠다며 정부의 대책을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과연 리모델링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안하는 것일까.
최근 강남의 한 아파트는 정부안에 맞춘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3평형인 이 아파트는 복도 및 베란다 면적을 넓혀 54평형(전용면적 7.5평 증가)으로 고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 단지 역시 정부의 리모델링안이 발표되기 전에는 전용면적을 10평 가량 늘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증축면적을 법 기준대로 축소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리모델링 비용은 건질 수 있을 것으로 시공사 관계자는 전망했다. 물론 과거와 같은 놀라운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 증축을 통해 리모델링 비용도 건질 수 있고 내가 살 집을 좀더 편하고 쾌적하게 고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강남권에서 리모델링사업을 상당수 수주한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재건축사업의 연장선에서 봤기 때문에 리모델링 증축면적 기준에 대한 반발이 큰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주민들은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피해 여전히 ‘재미’를 볼 수 있는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채택했고 건설업체 역시 리모델링을 새로운 수익원으로만 접근했기 때문에 기형적인 리모델링 추진이 만연했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리모델링 본연의 의미에 맞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수익개념에만 초점이 맞춰질 경우 리모델링은 기형적인 모습으로 부동산시장의 또 다른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입력시간 : 2004-10-04 1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