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격동의 동북아… 한국의 딜레마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중일 갈등으로 동북아시아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에서 대규모 반일 시위가 잦아들고 양국이 서로 대화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그야말로 소강 국면에 불과한 모양새다. 중국은 푸젠성에 중거리 탄도미사일 배치, 센카쿠에 함정 파견, 주요 정치ㆍ민간 교류 중단 등을 통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이번 양국 분쟁을 강 너머 불 보듯 지켜보면서 일본이 중국에 쩔쩔매는 상황에 통쾌함을 느끼는 듯하다. 일본이 위안부 강제 동원 부인,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의 망언으로 우리 국민들을 분노하게 한 탓이다. 특히 반일 감정이 고조된 중국 시장을 우리 기업이 선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기대마저 나오고 있다.


중·일 분쟁에 한국 경제도 시험대

하지만 이번 중일 분쟁은 한국 경제에 중대한 도전을 몰고 올 가능성이 더 크다. 이번 분쟁이 '미국의 쇠퇴-중국의 부상'이라는 동북아 권력 판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밑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010년 '아시아ㆍ태평양 국가로의 회귀'를 공식 선언한 이래 중국 봉쇄 전략을 노골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센카쿠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난다면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또 한번 천명했고 일본과 공동으로 합동 도서 방위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미국의 위협에 대해 중국은 일단 숨 고르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차기 권력인 시진핑 국가 부주석은 21일 "중국이 개혁ㆍ개방 이래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지만 세계 최대의 개발도상국 지위는 변화지 않았다. 중국은 '영원히'패권을 다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다. 하지만 시 부주석의 발언은 외교적인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에서 보듯 기회만 되면 힘으로 주변국을 굴복시키려는 '대국굴기(大國掘起ㆍ큰 나라로 우뚝 선다)' 노선을 구사하고 있다.


앞으로도 동북아에서 중일 간이나 주요2개국(G2) 간 갈등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처럼 강대국 간의 힘 싸움이 거세질수록 '동북아 경제공동체 구성'을 통해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한국의 발전 모델도 미궁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중일의 경제 관계는 '제로섬'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윈윈'게임으로 짜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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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중일 갈등이 거세지면서 역내 공동채권 시장 육성, 상호 통화 스와프 체결 등을 통해 역내 금융 안전망을 가동하고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려던 3국의 청사진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주변국과 공조 체제 구축을 통해 1997년 외환 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등과 같은 위기 상황을 돌파하려던 한국으로서는 악재임에 분명하다.

안보-경제 이익 상충될 가능성도

더 문제는 센카쿠 분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중국이 이어도 관할권 주장, 동북공정 등을 통해 한국을 도발해올 경우다. 양국 간 충돌이 심화되면서 중국이 지금의 대일 경제보복과 같은 조치를 취할 경우 한국이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우리보다 대중 무역 의존도가 훨씬 낮은 일본도 중국의 강공책에 밀려 탈출구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한국의 대외 전략도 근본적인 시험대에 오를 게 분명하다. 한국은 그동안 정치ㆍ외교적인 측면에서는 미국ㆍ일본과 동맹을 맺어 중국ㆍ북한에 대항해왔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중국의 성장을 등에 엎고 발전해왔다. 다시 말해 안보는 미국의 우산 아래 있었지만 경제 발전은 중국에 의지해왔다. 이 같은 딜레마는 중국의 발언권을 강화할수록 더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 경제는 중국의 대국화를 인정하되 중국화의 위협을 극복해내는 한편 중국의 부상에 편승하되 차별성도 극대화해 선진국으로의 도약 기회를 창출해내는 것과 같은 이중적인 임무를 부여 받고 있다. 이 같은 작업이 실패할 경우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주변부로 전락하던지 아니면 대중 관계 파탄으로 경제 성장도 정체되던지 하는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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