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이행 차원에서 과욕을 부린 게 화근이라면 화근이다. 무엇보다 연내 시범단지 착공이라는 시한에 쫓긴 나머지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소홀히 한 탓이 크다.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데 요구되는 보안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공공임대주택이 자신의 동네에 들어서는 데 대한 부정적 시각을 미리 감안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부지 7곳 가운데 3곳은 시유지 또는 구 보유지로 정부가 맘대로 쓸 수 있는 땅도 아니다. 임대료와 입주자 선정기준을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한 것도 사전계획이 허술했다는 방증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력을 갖고 주민 설득과 지자체 협력을 끌어내야겠지만 그래도 정 안 된다면 일부 사업지 포기까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노원구 공릉동 행복주택 부지 일원은 땅 소유자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서울시와 협약까지 체결한 곳이 아닌가.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며 일방적으로 지구지정을 강행하다가는 더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특별히 유념해야 한다. 주민과 지자체 반발 모두를 단순히 님비현상으로만 치부해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제는 실무자들의 노력만으로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듯하다.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어 시간은 정부 쪽에 더 불리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행복주택 입안을 주도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결자해지의 각오로 직접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