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게임 '약'으로 활용하자


이계평 세계경영연구원 교수(경제학 박사)


요즘 젊은 세대는 온라인 게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인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뜨면 대부분 제일 먼저 스마트폰을 시작하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태블릿 PC 혹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이동한다. 이같이 쉬운 디지털 기기와의 접속은 언제든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으로 빠져들게 한다.


게임은 한 번 시작하면 세상사를 잊고 몰두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네트워크에 사람을 가두고 현실과의 소통을 잊게 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게임 과몰입으로 일생생활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학습능력·기억력 향상 순기능

이 같은 특징으로 게임은 유해한 것 혹은 공부를 소홀히 하게 하고 정서발달에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등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게임에는 이처럼 부정적 측면이 있지만 더불어 순기능도 분명히 있는데 부정적 측면을 부풀려 게임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온라인 게임은 이미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사회·교육·문화적 측면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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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학습능력을 끌어올리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구슬치기나 딱지치기 등이 암산이나 구구단을 배우고 이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놀이였다면 요즘은 학습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게임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교육' 카테고리만 살펴보더라도 유아를 위한 한글 배우기, 구구단 외우기, 직장인을 위한 영어회화 등 다양한 교육용 앱이 게임 형식을 빌려 등장하고 일부는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중요한 사항을 오래 기억해야 하는 경우에도 게임은 활용도가 높다. 예를 들어 기업의 비전이나 사명·핵심가치 등은 직원들이 알고 있어야 하지만 처음 입사할 때 외우고 시험을 보고 나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기 마련이다. 이 같은 내용을 게임으로 익힌다면 쉽게 잊지 않을 것이다. 지난 1990년대 정보기술(IT) 기업의 선구자였던 선마이크로시스템은 직원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통해 비전과 사명 등을 전달했다. 회사 측에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예상과 달리 직원들은 게임에 몰두하고 즐기면서 익힌 회사 이념을 쉽게 잊지 않았다.

또한 게임은 병마 등 고통을 잊게 할 수도 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 1권에는 소아시아의 리디아 왕국 이야기가 나온다. 리디아에 혹독한 기근이 들어 무려 18년이나 백성들이 고통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무조건 규제보단 생산적 활용법 모색을

굶주림과 추위로 고통받던 백성들을 위해 국가는 놀이 형식을 빌려 해결책을 찾아냈다. 놀이를 하면서 백성들은 18년간 배고픔을 견딜 수 있었다. 게임이 위험하다고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현실과 가상세계의 분리로 빚어지는 각종 사회적 문제일 것이다.

이는 게임을 개발하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현실과의 연계성을 찾는다면 폐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게임을 무조건적으로 규제하기보다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게임의 순기능을 활용한다면 학습 증진, 업무 효율성 강화, 국가 정책 개발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게임 자체를 악의 근원으로 몰아가기보다는 활용하는 사람들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게임에 대한 선입견을 접어두고 '약'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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