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윤창현 금융연구원장

관치 필요한 상황… 우리금융 매각 등 정부에 힘 실어줘야<br>지배구조 문제 제도정비론 한계… 미흡한 부분 리더십으로 풀어야<br>관료출신 CEO임명 고려해볼만<br>창조금융은 창조경제의 앙꼬… 민간에 수익 더주는 펀드 대안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금융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그럴수록 덩달아 바쁜 곳이 금융당국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는 금융연구원이다.

이 때문인지 지난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집무실에서 만난 윤창현(53ㆍ사진) 금융연구원장의 입술도 부르터 있었다. 이달 들어 강행군처럼 이어진 세미나ㆍ포럼 등을 준비하랴, 금융정책과 관련한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윤 원장은 이날 1시간30분간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여러 금융 현안에 신중하면서도 현실주의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금융계 일각의 '신관치' 우려에 대해서는 "당국의 개입 없이는 문제해결이 어려운 상황임을 인정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우리금융 매각 이슈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일 때는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답했다.

금융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서는 "제도 정비로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없다"며 "사례집을 만들어 사외이사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적극 알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창조금융의 재원마련을 위해 "민간 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면 수익은 더 주고 손실은 적게 배정하는 형태의 펀드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일반인들은 금융이라고 하면 탐욕부터 떠올린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월가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노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그러면서 금융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입 수위도 한층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관치 논란'도 더 커졌다. 국내 금융계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윤 원장은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관치는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우리가 교과서로 떠받들었던 월가 모델이 무너졌어요. 그래서 시장 실패를 보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정부 실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작습니다. 대안을 생각할 때 정부가 나서는 것 외에는 별 뾰족한 수가 없어요."

금융은 상시 감독체계가 있다. 반도체감독원 등이 없는 것과 다르다. 금융 자체가 규제산업이라 완전한 독립성을 추구할 수 없다는 뜻과 같다. 윤 원장은 "지금은 금융이 혼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국면"이라며 "금융당국과의 협조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런 맥락의 연장선에서 금융지주나 은행에 관료 출신이 임명되는 것에 대해서도 가능하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은행의 CEO 문제도 주주관계로만 설명할 수 없다"며 "현재는 당국의 상시 감독 기능이 더 커진 시기이며 감독당국과 잘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을 중용하는 것도 열린 마음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회사는 일반기업과 다르다. 신한은행 등 일부를 빼면 은행은 오너가 없다.

이사회와 CEO 간 갈등이 일어날 소지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 그래서 힘의 배분이 중요하다. 권한과 책임을 이사회에 얼마만큼 부여하는지가 핵심이다. 그게 잘 안 돼 KB금융 문제가 불거졌다. 윤 원장은 "CEO와 이사회 간의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데 굳이 말하면 정답이 없는 게 정답"이라며 "제도로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마지막에서는 사람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운 것은 결국 어떤 지배구조도 지고지순할 수는 없으며 미흡한 부분은 사람ㆍ리더십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생각과 성향이 달라도 어떤 부분에서는 화합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견제가 작동되려면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는 "각종 사례를 연구해 잘된 사례, 문제가 있었던 사례 등을 모아 사례집을 만들 것"이라며 "정부가 최적의 사례(best practice)를 모아 학습시키면 좋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은행 이익이 12조원에서 9조원으로 줄었다. 저성장ㆍ저금리 기조에다 사회적 기업으로서 역할을 강조하는 최근 분위기를 보면 향후 전망은 더 암울하다.

윤 원장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는 "수익성과 관련해 은행권에서 불문율처럼 여기는 게 바로 총자산순이익률(ROA) 1%, 자기자본순이익률(ROE) 10%라는 공식"이라며 "그런데 지난해는 ROA 0.5%, ROE 6%로 이 공식이 망가져 아시아 꼴찌 수준이 됐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서민ㆍ중소기업을 돕고 수수료도 많이 내리는 등 수익성이 악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이런 흐름을 역행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올해마저 실적이 악화되면 어려운 만큼 목소리를 낼 때가 온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그때를 올 하반기로 봤다.

그는 "올해는 큰 틀에서 볼 때 상반기는 시대 흐름을 수용하고 하반기는 비전ㆍ청사진 제시에 초점이 모아질 것"이라며 "하반기쯤이면 해외 진출 등 활로 모색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 원장은 우리금융 매각에 대해 "강하게 밀어붙일 때 박수 쳐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어떤 정책대안이라도 완벽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너무 네거티브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메가뱅크론ㆍ분할매각 등도 두루 대안으로 놓고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메가뱅크론에 담긴 부정적 인식이 문제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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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뱅크라는 말에는 이상적으로 비대하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10위권인 나라에서 설사 은행끼리 합쳐도 40위 정도하는 것을 같고 메가뱅크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더 큰 은행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경쟁력ㆍ효율성 관점에서 생각해야지 단순히 규모를 갖고 현실과 맞지 않는 비유를 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그는 국민주 방식에 대해서는 은행 주식의 수익성이 나빠지는 상황이라며 고개를 내저었고 사모펀드(PEF)에 매각하는 방안도 PEF가 다시 매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윤 원장은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한 TF에도 참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소비자보호원 신설이 비용 때문에 맞지 않다는 소신을 갖고 있지만 소비자 보호라는 시대 흐름이 있는 만큼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할 생각이다. 그는 "금융소비자 보호원 신설을 통해 금융감독원을 건전성 규제와 소비자 보호로 분리하는 쌍봉형도 허심탄회하게 접근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은 정부가 내건 창조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창조금융연구센터를 만들었다.

윤 원장은 "창조경제가 찐빵이라면 창조금융은 앙꼬"라며 "결국은 돈이 있어야 하는데 모험자본에 가까워 어디서 어떻게 끌어올까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민간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며 "펀드를 만들더라도 민간에 수익은 더 배정하고 손실을 덜 배정하는 형태인 비대칭 구조도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최근 연구원은 보험금융연구센터를 개설해 보험 분야를 키우고 있다.

윤 원장은 "은행ㆍ증권ㆍ보험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통합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힘쓰겠다"며 "전체 그림 속에서 보험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는 "저성장ㆍ저금리 때문에 해외 진출, 대체투자, 제조업과 금융회사의 동반성장 등의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체계적으로 구체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연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기 드문 파생상품 전문가… 경제 논객으로도 활약

■ 윤창현 원장은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원래 물리학도였다.

당시 대학가 대자보에는 이념논쟁이 한창이었는데 윤 원장은 대자보를 보면서 경제의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된다. 그 결과 그는 경제학과에 편입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이후 그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박사를 취득했다. 당시 졸업논문의 제목은 '선물 가격 안에 들어 있는 리스크 프리미엄의 크기 측정'. 국내에서는 생소한 파생상품 분야였다. 덕분에 그는 희소한 파생상품 전문가로서 국내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의 도입을 위한 초기 연구를 맡기도 했다.

윤 원장은 명지대와 서울시립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경제 논객으로도 유명세를 떨쳤다. 2007년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캠프 정책자문단에 참여했던 그는 지난해부터 금융연구원 수장으로 일하고 있다.

윤 원장은 금융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전과 달라졌다고 말했다.

"교수 때는 멀리서 봤다면 이제는 현장에서 보고 있는 만큼 더 가까워졌다고 할까요. 관료, 은행 실무진과 현안을 논의하면서 금융의 체온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관치에 대한 생각도 예전에 비해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뀌었어요."

윤 원장은 은행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금융연구원에 대한 불만, 즉 '은행들이 100% 출자해 만들었는데 정부 용역이 대부분이고 당국과 더 밀착돼 있다'는 데 대해서도 해명했다. 윤 원장은 "정부가 씨를 뿌렸고 은행이 밭을 제공했다"고 비유하면서 반론을 폈다.

"100% 은행이 출자했지만 출범 당시 재무부에서 관여해 연구원을 만들었어요. 사실상 준정부출연기관에 가깝습니다. 정부 정책에 대안을 제시하고 지원업무 성격을 띨 수밖에 없어요. 관료들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연구원에 자료를 요구하고 그게 정책 결정에 근거가 되면 사회공헌을 하는 것이죠. 당국과 연구원 간의 역학관계를 안다면 정부와 코드가 맞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 약력

▲1960년 충북 청주 ▲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 금융연구원장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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