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을 계기로 스스로 '샐러리맨 신화'라고 공언해온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최근 수년간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경영능력을 드러내 그룹 전체를 최대의 위기에 빠뜨렸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 2007년 웅진홀딩스의 극동건설 인수라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른 데 이어 2010년 서울저축은행을 사들이는 또 다른 패착을 뒀다. 재벌 흉내를 내며 무리하게 문어발 확장을 해 30대 그룹이라고 자랑했지만 부실만 쌓아가고 있었던 것. 이어 태양광 사업에 대한 어설픈 판단으로 웅진에너지ㆍ웅진폴리실리콘 등을 운영하다 결국 심각한 경영난을 초래했다.
지난 6년간 윤 회장의 경영 성적표에 대해 '기업성장의 신화'이기는커녕 '부실 먹는 하마'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더해 윤 회장은 경영권 유지에만 집착, 은행ㆍ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법정관리 꼼수를 부렸다는 강한 질타를 받고 있다. 웅진코웨이 매각 과정에서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며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점도 상도의에 크게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2007년 극동건설을 인수한 후 최근 2~3년 사이에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악화됐다. 극동건설에 1조1,000억원, 서울저축은행에 2,800억원의 돈이 투입된 탓이다.
이는 윤 회장의 과거 행보와는 배치된다. 그는 1999년 그룹 내 캐시카우였던 코리아나화장품을 매각하는 결단을 내리고 정수기와 식품 사업으로 방향을 돌려 성공을 일궈냈다. 이어 렌털 서비스를 도입하며 웅진코웨이를 생활가전 업계 1위에 올려놨지만 신화는 여기까지였다.
윤 회장이 방문판매 등 세일즈 영역에서 과거 영업사원의 경험을 살려 상당한 실적을 거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건설ㆍ금융ㆍ제조(태양광)업 등 소위 '메이저 리그' 산업에 진출했다가 실패만 거듭, 기존 사업 기반까지 뒤흔드는 무능과 독단만 보여왔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세일즈맨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냉소 섞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 극동건설에 대해서는 인수 당시부터 론스타의 배만 불려줬다는 식의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웅진은 업계가 예상한 3,000억원보다 두 배나 많은 6,600억원을 줬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ㆍ건설경기가 빠르게 냉각되기 시작하는 시점에 건설업에 새로 뛰어드는 무리수를 둬서 막차를 탔다"고 꼬집었다.
윤 회장의 오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품에 안은 자식(극동건설)을 살리기 위해 고집을 부리며 돈을 쏟아 부었지만 무리한 지원판단은 지주회사까지 망쳤다. 웅진그룹은 인수대금 6,600억원 외에 증자 등을 통해 추가로 4,400억원을 투입했지만 건설경기 부진으로 극동건설의 재무구조는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극동건설 사업에 PF를 통해 지원한 연대 보증액도 1조원을 넘었다. 극동건설은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지만 단 하루도 유동성 위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2010년 인수한 서울저축은행도 마찬가지. 웅진그룹은 인수 당시 1,100억원, 지난해 1,700억원 등 총 2,8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서울저축은행은 6월 말 기준 98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태다. 자본잠식률이 96%를 넘었다.
특히 금융당국이 재무상태를 비롯해 대출의 적격성, 대주주와 관계 등에 대한 집중 검사에 착수하면서 어떤 불법행위가 드러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서울저축은행은 윤 회장이 지분 93%를 보유하고 있는 웅진캐피탈이 65.33%를 갖고 있어 사실상 윤 회장 소유다.
알짜 계열사였던 웅진코웨이를 내놓고 미래 전략사업으로 추진한다던 태양광은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사업을 접을 판이다. 올 상반기 적자전환한 웅진에너지는 5,000억여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매물로 내놓은 웅진폴리실리콘은 인수자가 없다. 공장시설을 잘못 지어 가치도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웅진그룹 전체 계열사 부채는 약 10조원에 달할 정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웅진홀딩스 부채는 3조316억원, 극동건설 1조758억원, 웅진코웨이 8,776억원 등 주력 계열사 11곳의 부채가 8조3,000억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법정관리 신청 직전 알짜 계열사 지분을 이동시키고 계열사에 빚을 미리 갚는 등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친인척과 주요 경영진 등 내부자들은 지분을 미리 팔아 현금을 마련하고 손실을 피했다"면서 "더 이상 샐러리맨 신화라는 호칭을 붙이기 부끄럽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