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부-서울시 방역대책 놓고 정면 충돌… 진실공방 양상까지

■ 엇박자 대책에 기관 갈등 확산

서울시 "환자 동선 못챙기고 정보공유·대책 요구 묵살"

복지부 "사실 아냐… 市 일방적 발표가 오해·우려 키워"

감염의사 "증상 있던 31일 심포 참석 안했다" 市주장 반박

문형표(왼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전날 서울시에서 밝힌 긴급 브리핑 내용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현 정부의 입장과 조치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원순(오른쪽) 서울시장은 서울시청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정부의 유감 표명에 대해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연합뉴스

문형표(왼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전날 서울시에서 밝힌 긴급 브리핑 내용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현 정부의 입장과 조치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원순(오른쪽) 서울시장은 서울시청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정부의 유감 표명에 대해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방역대책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서울시가 S병원의 메르스 감염 의사가 1,500여명이 모인 세미나에 참석해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될 위험에 처한 만큼 직접 방역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선언하자 정부가 즉각 국민 불안만 증폭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나서면서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더구나 감염 의사의 행보와 관련해 서울시와 정부, 해당 의사의 발표내용이 달라 '진실공방'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갈등은 지난 4일 밤 박원순 서울시장이 메르스와 관련한 긴급 브리핑을 가지면서 촉발됐다. 박 시장은 당시 "메르스 감염 의사 A씨(35번째 환자)가 직간접적으로 1,500여명의 시민들과 접촉했다"며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자택격리 조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정부 대책만으로는 서울에서의 메르스 확산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으니 서울시가 직접 나서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겠다는 것으로 사실상의 '마이 웨이'를 선언한 것이다. 메르스 방역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정부로서는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게 됐다.

더구나 국민 불안확산 차단에 안간힘을 써온 정부로서는 박 시장이 메르스 감염 확진 의사가 1,500명의 시민들을 개별 접촉한 것처럼 표현해 불필요한 우려를 조장했다는 판단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브리핑을 통해 박 시장의 발표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 이를 대변한다. 서울시의 전날 기습 브리핑이 정부 대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메르스 공포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보고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문 장관은 "특정모임 참석자 전원을 감염 위험자로 공개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개인의 보호를 위해 보다 신중한 위험도 판단이 필요했다"며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조치가 마치 잘못된 것처럼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입장을 발표해 국민들의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박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위해 메르스 사태를 공포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가 수동적인 조치만 계속 얘기하는 상황에서 서울시는 더 이상의 메르스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며 일축했다. 실제 박 시장은 문 장관과도 메르스 대책을 놓고 전화통화를 했지만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만 듣고 자체적인 방역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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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상대방 입장에 대한 양측의 반박 내용이 서로 달라 지켜보는 국민들만 더 혼란스럽게 됐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35번째 환자에 대해 정부와 서울시가 언제부터 이동경로와 상태, 관련 대책을 제대로 공유했는지 여부다.

박 시장은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35번째 환자의 동선과 접촉 시민 등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다"며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중앙정부에 사실 공표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답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 장관은 "복지부는 지난달 31일 35번째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신속히 실행하고 이 정보를 공유했으며 서울시와 접촉자 관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회의를 소집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며 "특정모임 참석자 전원을 감염 위험자로 공개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개인의 보호를 위하여 보다 신중한 위험도 판단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3일 관계자회의가 열릴 때까지 35번째 환자의 동선 등을 알지 못했다는 서울시 주장에 대해서도 방역당국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문 장관은 "지난달 31일 실시한 35번째 환자의 역학조사 결과를 서울시 역학조사관 등과 단체 정보공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가 관할 지역의 환자 발생 정보를 파악하거나 관할 보건소에서 35번째 환자의 신고를 받아 검사 대상물을 채취할 수 있던 것도 복지부가 정보를 공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재반박을 통해 "박 시장이 브리핑한 내용은 복지부의 역학조사 결과를 근거한 것"이라며 "사실이 다르다면 이 자료의 객관성 여부를 다시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또 "복지부 장관은 관할 보건소가 검사에 참여했고 역학조사단에 서울시 역학조사관 등과 함께했으며 SNS를 통해 단체 공유를 했다고 주장했으나 서울시는 35번째 환자의 동선에 대해서 일체 사전에 정보를 전달 받은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35번째 환자의 심포지엄 참석 횟수 등에 대한 확인 작업 없이 서울시가 성급하게 발표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35번째 환자가 메르스 증상이 매우 심해진 31일 오전에도 심포지엄에 참석했다고 밝혔지만 35번째 환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는 내가 마치 의심증상이 나타난 상황에서 행사에 참석해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처럼 말하는데 29일 기침은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어 그런 것이고 30일 저녁 약간의 몸살 기운은 잠을 충분히 못 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31일 오전 심포지엄에는 참석도 하지 않았다"며 서울시의 주장에 불만을 드러냈다.

한편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시청에서 시장·구청장 연석회의를 열어 현재 상황을 준전시상황으로 규정하며 "서울시는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정부가 오늘 긴급 브리핑을 통해 서울시가 불안을 가중한다고 성명을 낸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해 방역대책을 놓고 또 다른 충돌을 예고했다.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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