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디지털방송개막으로 지각변동 서곡

2001년 방송계 결산2001년도 방송가는 '지각 변동의 시작, 무한 경쟁시대의 서막' 이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꿈의 방송'이라 불리는 디지털방송 시대가 개막되면서 다채널ㆍ다매체 시대로 진입, 지금까지의 지상파 3사 독과점 구도와는 다르게 전개될 방송 구도가 그 베일을 벗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의 화두는 '무한 경쟁'으로 모아졌다. 외국 유수의 미디어 매체들이 한국지사를 설립하거나 제휴 등으로 국내에 앞다투어 진출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 내년부터 대기업의 케이블 투자한도가 폐지되어 대기업의 케이블TV소유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21세기의 핵심 산업이 될 미디어 산업의 변모는 더욱 활발해 질 전망이다. 우선 올 한해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방송4사가 디지털 방송을 시작했다.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역시 상공 3만6,000㎞ 상공에 있는 무궁화 3호의 중계기를 이용, 본격 출범에 앞선 시험방송에 들어갔다. 아날로그 방송에서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은 흑백TV에서 컬러TV로 전환됐던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파장을 예고한다. 단순히 '고화질 고음질'식의 변화가 아니라 다매체ㆍ다채널 시대로의 진입이요, 데이터서비스 등의 도입으로 수용자에 머물러 있던 시청자를 방송 주체로 부상시킬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시대'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매체간 헤게모니 다툼은 어느 때보다도 치열했다. 뉴미디어 시장을 둘러싼 유선방송과 무선방송의 경쟁이 조기에 점화돼 방송대란의 전조로 나타난 것. 내년 3월 출범하게 될 디지털 위성방송을 통해 MBC본사와 SBS 방송을 볼 수 있게 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위성방송과 각 지역 민영방송, 지방 MBC계열사, 케이블 지역방송국(SO) 등이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2년간 수도권내 방영, 그 후 전국화'라는 방송위원회의 위성채널정책 결론이 거센 항의에 부딪쳐 변화의 조짐을 시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근접성'에서 위성보다 장점을 지닌 케이블 방송국 역시 디지털화를 위한 의지 표현에 나섰다. 유선 방송끼리의 경쟁도 치열하다. 케이블 업계의 경우 지난 4월말 38개의 중계유선방송사업자가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로 전환승인을 받음에 따라 SO의 독점권이 깨졌고 PP(프로그램 공급업자) 승인제가 등록제로 바뀌었다. 한편 규제개혁위원회가 지난해 말 방송광고시장을 자유경쟁체제로 재편하기 위해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을 2개 이상 신설토록 허가한 것을 계기로 불붙은 미디어렙 논쟁은 뚜렷한 결론에 이르지 못한 채 책상 속에서 잠자는 신세가 됐다. 방송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 도입의 필요성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문화관광부와 방송위원회, 시민단체 등이 서로 다른 논리로 찬반논쟁을 펼치고 있는 점도 이런 배경 내에서 해석할 수 있다. 대내적으로는 문화 수입국이던 국내 대중문화가 수출로 발길을 튼 기념비적인 한 해였다. 이는 물론 국내 산업 제품의 인기에 대한 한 반영이기도 하다. '한류'라 총칭될 이런 현상은 중화문화권에서 국내 드라마와 가요가 인기를 얻으며 촉발됐다. 또 이를 이용한 국내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도 다수 등장했다. 쳉춘리 중국 CC-TV 마케팅 담당이사는 "몇 년 전 일본 문화가 유행했듯 이제 한국의 차례가 온 것"이라면서도 "한류를 가요와 드라마 붐만으로 해석하는 것은 소견이며 실상은 핸드폰 등 한국 산업 자체에 대한 호기심과 유행"이라고 말했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AC닐슨의 집계에 따르면 KBS1 '태조왕건'(평균시청률 42.6%)과 SBS '여인천하'(36.2%)가 올해 가장 인기 높았던 프로그램 1,2위를 차지, 사극 열풍의 지속도 사회를 달군 키워드 중 하나다. 하지만 매체가 다양화하면서 전체 시청률은 낮아져 평균 시청률 50%를 넘는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내년 3월 위성방송의 개국을 시작으로 우리 방송은 지각 변동의 중심부로 서서히 나아갈 듯 하다. 방송계로서는 사회 전반을 아우를 큰 축으로 자리매김할 방송의 미래와 만나야 한다. 이러한 뉴미디어 시대로의 변화에 대해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한 예측을 들려주지 못한다. 선진국들의 범례도 지역적 문화적 특수성 상 일괄적인 적용이 어렵다. 따라서 각 방송 주체들은 물론, 이 분야의 다른 한 축으로 부상한 통신 및 전자, 기타 산업 관계자들의 진지한 백년대계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김희원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