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프로 의식이 선진국의 지름길

김순진(주식회사 놀부 대표)

평소 가지고 있던 휴대폰이 잦은 고장을 일으켜 바꾸기로 마음먹고 가까운 대리점을 찾아갔다. 대리점 직원이 새 휴대폰에 전화번호가 입력돼 있는 메모리칩을 교체해줬다. 제일 먼저 전화번호가 제대로 들어있는지 확인해봤는데 아뿔싸 500개나 되는 전화번호가 한 개도 보이지 않았다. 당황해서 대리점 직원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대리점 직원이 새 휴대폰을 받아들고 전화번호를 찾아봤으나 결국 전화번호는 단 한 개도 찾을 수 없었다. 판매사원 직원의 작동실수로 몇 해 동안 저장해놓았던 전화번호가 한 순간에 모두 사라져버린 것이다. 요즘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나 또한 휴대폰이 없으면 업무를 거의 볼 수 없는 사람이다. 회사 직원, 거래처, 가맹점, 사회단체 인사들의 전화번호가 거기에 모두 들어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요. 그 전화번호는 나에게는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재산입니다” “정말 죄송하지만 100만분의1에 해당되는 사고입니다. 저도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리점 직원이 머쓱해서 사과했고 결국 빈껍데기나 다름없는 새 휴대폰을 들고 나왔다. 나는 휴대폰을 들고 살다시피 한다. 자동차로 이동할 때면 시간이 아까워 평소 연락을 잘 드리지 못한 분들에게 안부도 묻고 또 문자메시지도 보낸다. 업장의 당일 매출액도 문자를 통해 확인하는 등 휴대폰이 생활의 일부가 돼 있다. 그런 모든 전화번호가 한순간에 모두 날아가버린 것이다. 명함철 등에 있는 자료야 며칠을 걸려 입력한다 해도 그렇지 못한 전화번호는 어떻게 한단 말인가. 답답하고 아득한 심정이었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개발해 공급한다고 해도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판매사원의 작은 실수와 말 한마디의 실수 때문에 상품의 이미지를 흐리게 할 수 있다. 이제 많은 한국 상품이 세계시장에서 넘버원을 다투며 경쟁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경쟁의 차이는 상품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정작 고객 접점에 있는 작은 대리점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판매사원의 프로 정신에서 승패가 날 수 있다. 하나의 상품이 판매되기까지 수많은 과정들을 거치지만 수천명의 직원 중에서 나 하나쯤이야, 수천개의 부품 중에서 이거 한 개쯤이야 하는 정신이 불량을 낳는다. 마무리가 제대로 안되는 것은 끝까지 의무를 다하려는 정신력의 해이에서 비롯된다. 선진국 사회는 빈틈이 없는 사회이다. 모두 맡은 바 분야에서는 프로들이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개개인 모두가 철저한 프로가 돼야 한다. 지금 우리가 국민소득 1만달러 중진국에서 2만달러 선진국가로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프로 의식의 결여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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