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와 유럽 12개국의 유로화가 동반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 타이완, 싱가포르 등 동남아 각국 통화도 최근 엔화 약세 영향으로 일제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각국 통화가치가 미국 달러화에 대해 대부분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날로 고조되고 있기 때문.
외환 딜러들은 달러화 강세는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보다는 일본, 유럽 경제가 예상보다 악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대형 금융기관의 도산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어 달러당 125엔대 진입도 시간문제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하야미 마사루(速水優) 일본은행 총재가 오는 19일 열리는 통화정책위원회 회의에서 제로금리로의 복귀를 시사한 15일에도 엔화는 도쿄시장에서 전날보다 달러당 0.74엔이나 하락하는 이상현상을 보였다.
ABN 암로은행의 수석 트레이더인 다카마쓰 도시유키는 "금융부문에 대한 불신이 지나치게 높아 웬만한 뉴스에도 외환투자자들이 꿈쩍거리지 않고 있다"며 "다음주중 달러당 122엔선도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쓰비시 신탁은행의 외환 딜러 쓰루 야스하루도 부실채권의 급증에 허덕이고 있는 은행들이 조만간 위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없다며 엔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화는 최근 올초 예상됐던 3% 성장률 목표가 달성되지 못하리라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약세를 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15일 유럽연합(EU)의 올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인 3.4%를 크게 밑도는 2.7%를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역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올해 성장률이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또 이날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 일본 재무성장관이 이날 "유로화 보유량을 늘릴 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도 유로약세를 부채질했다.
전문가들은 15일 도쿄에서 유로당 0.9054달러까지 하락한 유로화가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는 한 0.90달러 아래로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김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