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며 물소리가 두려운 장마철이 지나면 이내 한시라도 시원한 물 없이는 견디기 어려운 무더위가 찾아 든다. 마시는 물, 씻는 물, 물놀이하는 물까지 여름은 물이 어느 때보다 소중하게 이용되는 계절이다. 하지만 어디 여름뿐이랴. 인체의 70%가 수분이라 할만큼 사람은 물을 떠나서는 하루도 살 수가 없다. 수십일 씩 음식을 먹지 않는 고행을 하는 사람이라도 물과 소금이 없이는 그 같은 고행을 계속할 수 없다.
물은 목의 갈증을 해소할 뿐 아니라 인체 곳곳에서 피와 호르몬, 기의 순환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몸 안을 돌면서 몸 속 노폐물과 독소, 잉여 영양소 같은 것을 씻어내는 역할을 하고 무더운 기온이나 운동 등으로 체온이 올라갈 때는 땀으로 흘러내려 피부를 적심으로써 체온까지 조절해준다. 일종의 수냉식 체온 조절 시스템이다.
이런 생리기능이 원활하기 위해서는 물론 충분하고도 적절한 물이 공급되어야 한다. 건강한 성인이 하루동안 마시는 물의 적당량은 2리터 정도. 큰 주전자 하나 정도의 양이 하루동안 꾸준히 공급되어야 몸이 스스로 내부 청소도 하고, 필요한 체액도 새로운 것으로 보충을 한다. 그런데 요즘 도시인들이 하루동안 마시는 물의 양은 심한 경우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몸 안에 노폐물과 그로 인한 독소, 피로 성분이 잘 배출되지 못하며, 소화액이 모자라 변비가 생기고 두뇌회전도 느려지는 원인이다. 피부에 공급되는 수분도 충분치 못해 노화도 빨라진다. 충분한 양에 못지않게 물의 질도 좋아야 할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전문가들은 몸의 피로를 제때 풀어주고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7~9컵 정도 물을 마시되 되도록 여러 번에 나누어 천천히 마시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첫째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몇 모금의 물을 마시는 것은 내장과 두뇌를 깨어나게 하여 정신을 맑게 하고 아침의 식욕을 돋구며 소화력도 높여준다. 깨어나서 약간의 물을 먼저 마시는 습관은 장을 튼튼하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변비를 예방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식사 전마다 반 컵 정도의 물을 마셔 위장을 각성 시키는 것은 소화에 도움이 되고, 오전 오후의 일과 전과 중간, 일과가 끝난 후 한 컵씩 마시는 것은 두뇌활동을 원활하게 한다. 자기 전에도 한 컵을 마신다.
물을 마시는 습관은 담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체중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신경을 집중했거나 놀라는 일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직후에도 한잔의 물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두뇌활동을 원활하게 도와준다.
이은주ㆍ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화당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