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가 R&D전략 다시 짜자] (2)효율성이 최고 잣대

국내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두 가지 잣대가 번갈아가면서 사용된다. 바로 `투명성`과 `효율성`이다. 정부가 지원한 자금을 전용 또는 유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경우 여지없이 투명성이 강조된다. 최근에는 투명성이 효율성보다 중시되는 분위기다. 일선 연구현장에서 `연구개발자들이 서로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느낌`이라는 볼멘 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는 일부 연구개발자들의 원죄에서 비롯됐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과거 일부 정부 지원 연구프로젝트의 자금집행내역을 조사해 보니 예산 가운데 무려 50% 이상을 도서구입비나 해외출장비로 쓴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지어 연구제안서에는 4~5명의 박사급 인력이 공동 참여하는 것으로 나와 있었지만 3~4명은 연구는 하지 않고 이름만 빌려준 사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정부가 R&D 자금을 지원하면서 항목별 사용한도까지 정해 줄 정도다. 오히려 지나치게 자금 사용 용도 등을 제한하다 보니 원활한 연구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제는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금관리나 보고부담 덜어줘야=정부 출연 연구소의 경우 회계부서가 자금관리를 전담한다. 따라서 연구자가 영수증만 제시하면 재량껏 자금을 쓸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은 다르다. 연구자 개개인이 직접 자금을 일일이 관리해야 한다. 조경목 부산대 교수는 “연구비를 쓸 때 사용규정을 일일이 숙지한 채 사용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미국 등 선진국처럼 감시가 아닌 서비스 차원에서 연구자의 자금관리 업무를 대행해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잦은 평가나 보고도 원활한 연구활동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나 평가기관이 평가 및 통계작성 등의 목적으로 각종 보고서를 요구할 때가 많지만 그때마다 양식이 달라 일선 연구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임기철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연구개발에 관한 한 우리는 `평가공화국`이나 다름없다”며 “일단 연구과제가 선정되면 연구책임자에게 권한을 상당 부분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치논리도 R&D투자 효율성 해쳐=정치논리도 효율성을 저해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일단 정부 산하 위원회치고 R&D 문제를 빼놓는 기구는 없다. 국가과학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 동북아중심추진위 등이 모두 R&D 문제를 다룬다. 이는 정부 예산 가운데 계속비,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탓에 R&D 관련 예산만큼 `생색용`으로 활용하기 쉬운 항목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R&D는 민간부문의 기술혁신능력을 지원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일정 자금을 투입해 최대한의 성과를 올려야 한다. 하지만 R&D 예산을 다루는 정부 위원회나 조정기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효율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연구효율이 낮을 것으로 우려될 경우에도 국가균형발전을 명목으로 R&D예산이 지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일선 연구자의 보고나 평가부담도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연구개발에도 경쟁체제 강화해야=독점보다는 과점이, 과점보다는 완전경쟁이 보다 높은 효율을 약속한다. 연구개발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중복투자의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보다 높은 성과를 도출하려면 경쟁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정부는 지난 95년 산업기술연구분야에 `복수경쟁지원제도`를 도입했다. 현대ㆍ기아차 등이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는 `디젤엔진용 산화촉매`개발사업에 참여했다. 전한수 산업기술평가원 기계소재실장은 “경쟁을 붙인 결과 당초 예정보다 개발진도가 아주 빨라지면서 상용화시기를 앞당기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났다. 경쟁에서 탈락한 기아차 연구관계자들이 줄줄이 인사조치를 당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연구개발 분야에서 경쟁이 보편화되면 이런 부작용은 자연히 사라진다”면서 “연구효율 제고를 위해 경쟁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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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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