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현대그룹 알짜 자산 매각에 우려론 고조

LNG선 사업부 팔면 빈껍데기… 속도조절·대안찾기 필요

현금 창출 핵심 사업 잃어 수익성 악화 등 득보다 실

해외에 판 車운반선사업, 황금알로 성장했던 2002년 데자뷔 가능성도

한국가스공사 등과 장기운송계약을 맺은 현대상선 LNG선이 바다를 가로질러가고 있다. /서울경제 DB


현대그룹이 자구계획안의 하나로 추진 중인 현대상선의 알짜배기 사업인 액화천연가스(LNG)선 사업부 매각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LNG 사업부를 매각하면 당장 유동성 확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안정적인 현금을 창출하는 핵심 사업부를 잃어 득보다 수익성 악화 등 실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선제적인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그룹 자체를 빈껍데기로 만들지 않도록 최소한의 영업력은 보장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일종의 '속도 조절론'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2년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현대상선이 채권단의 요구로 해외 기업에 팔았던 자동차수송 사업부가 이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성장했던 뼈아픈 과거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계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LNG선 등 전용선 사업부 매각을 위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통해 매각자문사를 선정하는 등 매각작업을 벌이고 있다. 앞서 그룹 측은 지난해 12월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내놓으면서 LNG선 사업부와 석탄·철광석 사업부 등 벌크 전용선 부문의 일부 매각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력한 자구노력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자산매각이 불가피하더라도 계속기업으로서 사업을 영위해나가야 하는 부분까지 팔면 영업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원칙 중 하나가 알짜자산의 매각이지만 현대상선의 경우 LNG선 사업부를 팔면 사실상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을 잃는다"며 "유동성 해소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업황 회복이 늦어지면 영업력 훼손에 따른 경쟁력 악화로 현대상선에는 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현대상선이 보유 중인 11척의 LNG선 중 7척은 한국가스공사 측과 장기운송계약(2024년)이 맺어져 있다. 현대상선은 LNG선 배를 한번 띄울 때마다 중동 지역은 50억원, 동남아는 20억원 안팎의 운임을 받는다. 그만큼 현금창출능력이 안정적이고 꾸준하다. 이 때문에 LNG선 사업부는 현대증권과 더불어 그룹의 매각 대상 자산 중 가장 알짜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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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LNG선 사업부 매각 이후다.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마땅찮다. 현재 현대상선의 주축사업은 해운시황에 따른 수익성 변동이 심한 컨테이너 부문인데 오히려 이에 대한 의존도만 더욱 커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이 지우고 싶은 자동차수송 사업부 매각의 악령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현대그룹은 2002년 유동성 위기와 대북 송금 의혹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부도 위기까지 몰렸다. 그러자 당시 수익성이 뛰어났던 자동차운반선 사업부문(운반선 76척, 영업조직·영업권 등 유무형 자산)을 1조8,000억원에 노르웨이 빌헬름사와 스웨덴의 왈레니우스사 등이 출자해 설립한 '유코 카 캐리어스'에 매각했다. 정부와 채권단도 매각을 압박했다. 현대는 유동성 위기는 넘겼지만 유코 카 캐리어스는 이듬해 매출 1조원, 영업이익 300억원을 기록하는 등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현대상선에는 지우고 싶은 뼈아픈 기억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당시 현대상선이 눈물을 머금고 자동차운송 사업부를 판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때 팔지 않았더라면 현재처럼 수익성 변동이 심한 컨테이너 부문에 대한 쏠림현상도 막아 리스크 분산에도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핵심 영업자산의 매각과 관해서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짜자산 매각이라는 기업 구조조정의 원칙은 지켜야 하지만 LNG 사업부처럼 회사 존속과 관련된 최소한의 영업력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감안해 자산매각의 속도를 조절하거나 그룹의 숨통을 틔워줄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LNG선 사업부를 팔면 결국 해운시황 변동에 취약한 컨테이너 부문만 남게 된다"면서 "자구계획안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가 영속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영업력은 지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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