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日 경제위기說 현실화조짐

日 경제위기說 현실화조짐 주가폭락-금융부실화등 최악상황 우려 지난 수개월 동안 일본 경제를 뒤덮어 온 '위기설'이 현실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쿄 증시의 닛케이 지수는 8일 지난해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에 그쳤다는 발표와 함께 급락, 한때 1만3,000엔대가 무너지며 지난해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부터 항간에 떠돌던 '2ㆍ3월 금융위기설'이 단순한 '설(說)'이 아닌 실체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하반기에 경제 규모가 위축됐다는 소식은 경기가 지난해 99년 4월의 저점에서 제대로 올라서지도 못한 채 다시 장기 불황으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경기 침체와 주가 폭락에 따른 금융기관 부실화, 기업 대량 도산, 국가신용도 하락 등이 한데 맞물려 '일본 도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는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8일 발표한 지난해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정치는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던 그동안의 정부측 발표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7~9월 동안 경제성장률은 당초 추정치보다 0.8%포인트나 낮아진 마이너스 0.6%. 중앙은행이 경기 상승을 이유로 제로금리 정책 포기를 선언했던 시기에 일본 경제는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고 있던 셈이다. 사정은 지난해 4ㆍ4분기에도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재무성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4ㆍ4분기중 "소매지출이 슬럼프에 빠졌다"고 밝혀 경기가 3분기보다도 악화됐을 것임을 시사했다. 여기에 일본은행도 이날 지난 1월중 도매물가지수가 전월대비 0.2% 하락해다고 발표, 불황의 그림자를 한층 짙게 만들었다. 일본의 경기 후퇴가 현실로 나타나자 시장은 즉각 반응을 보였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한때 400엔 가까이 폭락하면서 1만2,900엔대로 밀려났다. 1만3,000엔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98년 10월 이후 처음있는 일. 닛케이 지수는 지난 98년 10월9일 1만2,787.90엔까지 떨어졌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가지수가 1만엔선을 무너뜨리며 금융기관의 총체적인 부실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주가가 폭락할 경우 주식보유비중이 높은 금융기관들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 부실채권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이다. 일본의 시사주간지인 아에라는 최신호(12일자)에서 전문가의 말을 인용, 오는 3월 결산에서 파탄을 맞는 은행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일본이 또다시 불황에 빠질 경우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의 경기 둔화와 맞물려 세계의 경기 냉각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 2대 경제국인 일본 경제의 불안은 특히 아시아 각국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물론 일본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비관론 일색으로 물든 것은 아니다. 호주계 맥콰이어 리서치 에퀴티는 최근 일본 경제가 앞으로 1년 이내에 회복 궤도에 올라설 것이라는 내용의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고 AFP통신은 이날 보도했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성장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기업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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