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인사이트] 키프로스 사태, 나비효과 부르나…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불안

구제금융으로 급한 불 껐지만 예금자 부담 방식에 뱅크런 우려<br>주변국 확산땐 자금 대이동 초래… 세계경제 큰 충격 몰고올 수도


최근 열흘간 전세계 금융시장은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인 키프로스 소식이 나올때마다 크게 출렁였다.

제주도의 5배 크기에 인구 80만여명에 불과한 이 국가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탈퇴할 경우 글로벌 경제까지 타격을 입는 이른바 '나비효과'를 우려해서다.


일단 키프로스 구제금융 협상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마감시한에 임박해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급한 불을 끄는 수준일 뿐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전례 없이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액 예금자도 손실을 분담하도록 했으며, 이는 앞으로 다른 국가에도 적용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비대해진 은행, 그리스 몰빵 투자가 화근= 키프로스 위기의 진원지는 은행권 부실이다. 관광산업에 의존해 온 키프로스는 2008년 유로존 가입을 계기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금융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했다. 덕분에 키프로스 은행권의 자산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750%로 유럽 최고 수준에 이르게 됐다.

문제는 내수 시장이 작은 키프로스 은행들이 고수익을 좇아 그리스 국채에 대거 투자했다는 점이다. 키프로스 인구의 80% 가량이 그리스인이고 그리스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은행들이 그리스 국채를 사들인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유로존 재정위기의 주범인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국채의 75% 가량을 손실상각(헤어컷)하면서 키프로스 은행들은 무려 45억유로(약 6조4,0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었다.


◇대규모 시위, 자본통제 따른 경제 위축 등 후폭풍 거세= 키프로스 구제금융안이 타결된 지 이틀째인 26일 수도 니코시아에서는 학생들과 키프로스은행(BoC) 직원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국회 앞에 모인 학생 2,000여명은 구제금융 조건이 굴욕적이라고 거세게 항의했고, 구제금융 조건으로 손실을 떠안은 BoC 직원 300여명은 본점 앞에서 안드레아스 아르테미스 은행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아르테미스 행장 등 이사진은 최근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1주일 안에 철회하지 않으면 사직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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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AFP통신에 따르면 키프로스는 은행권 자금 부족으로 기업들이 급여 지급 및 제품 매입에 차질을 빚으면서 식료품과 의약품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주동안 이런 고통이 지속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키프로스 경제 전문가인 피요나 뮬렌은 "키프로스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5% 감소하고 내년에도 -5%를 기록할 것"이라면서 "15%인 실업률은 라이키은행이 청산되면 17.5%로, 1년 뒤에는 26%까지 치솟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6일 키프로스를 신용등급 강등 검토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은행권 구조조정으로 내수와 금융계의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키프로스 1, 2위 은행인 BoC와 라이키은행의 신용등급을 각각 '제한적 디폴트'와 '디폴트'로 낮췄다.

◇불확실성 여전…세계 경제 '나비효과'불러오나= 키프로스는 유로존에서 몰타, 에스토니아에 이어 세번째로 경제 규모가 작다. 유로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20일 "현 시점에서 키프로스 사태가 미국 금융 시스템이나 경제에 주요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 않다"며 키프로스 사태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키프로스 사태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키프로스가 25일 국제 채권단과 새로운 구제금융안에 극적으로 합의한 이후 28일부터 은행 영업이 재개되면 키프로스 중앙은행이 1주일간 현금인출을 제한하는 자본통제를 할 것이라고 BBC가 보도했으나, 제한 조치가 끝나면 대량 예금인출 사태(뱅크런)가 나타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동안 키프로스의 낮은 세율과 느슨한 금융 규제에 매력을 느끼고 몰려들었던 외국 기업들도 이번에 키프로스 정부가 자구책으로 금융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을 인상하기로 함에 따라 예금 인출 및 회사 이전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스위스 연방금융시장감독국(FINMA)은 키프로스로부터 불법적 자금유입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돈세탁 연관 가능성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특히 전례 없이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액 예금자도 손실을 분담하도록 했으며,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의장이 키프로스 구제금융 방식을 룩셈부르크, 몰타, 슬로베니아 등에도 적용할 것임을 시사하면서 은행 부실 문제를 겪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에서도 뱅크런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유로존 내부에서 자금 대이동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에까지 충격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무디스는 "키프로스 금융위기는 유로 각국의 정부 채무와 은행 신용평가에 부정적"이라며 "키프로스 국가부도나 유로권 이탈 위험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고 유로권에서 예금유출 및 자본도피를 초래할 위험성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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