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통합협상이 엉뚱한 암초에 부딪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양수도가격문제와 관련, 주식가격산정이나 시너지효과 등 프리미엄에 관한 양측의 견해차가 심각한 판에 고용승계가 아닌 고용보장 문제까지 제기돼 쓸데없는 소모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현대는 이같은 문제를 진화하기 위해 최근 LG가 제시한 종업원 100% 고용보장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LG반도체 인력 5~7년 고용보장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뚜렷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없는 조항을 두고 양측이 말도안되는 논리싸움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LG측이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떨어져나가는 식구를 최대한 보호하고 다른 계열사 종업원들에게도 이번 기회에 LG의 「인간존중 기업이념」을 확인시키겠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로가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내놓으며 통합협상을 지연시키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
재계도 『LG의 요구는 당위성은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무리한 요구라며 현대입장에서는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문』이라고 지적한다.
반도체 통합협상이 완료될 때까지 앞으로 넘어야할 산은 많다. 특히 양수도가격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리한 공방과 양측의 힘겨루기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5~7년 고용보장」문제를 놓고 소모전을 벌일 시간이 없다. 이달말로 예정된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은 국민적인 약속이기 때문에 이 조항으로 인해 양측의 협상이 지연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회장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결코 결론을 도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던 반도체 빅딜 문제를 해결한 정몽헌(鄭夢憲)회장과 구본무(具本茂)회장이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만나도 소소한 문제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서로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반도체 통합과 고용승계를 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국익(國益)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협상의 쟁점으로 부각된 「5~7년 고용보장」에 대해 서로 심사숙고해서 결론을 내리고 LG는 「가격」문제에 대해 다소 융통성을 두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서로가 실리(實利)를 찾는 길이다. /고진갑 산업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