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랜딩 기어


끝은 짜릿했건만 골머리를 싸맸다. 시간도 많이 걸렸고…. 모형기의 랜딩기어 제작이 그랬다. 프라모델에 푹 빠졌던 40여년 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실물 랜딩기어도 복잡하기 그지없다. 겉으로 바퀴만 보이지만 수많은 부품으로 구성된 랜딩기어는 안전하고 부드러운 이착륙을 위한 핵심 장치다. 제작 가능국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고급기술도 필요하다. 한국은 현대위아가 군용기의 랜딩기어 부품일체를 제작하고 민수용 부품을 수출한다.


△라이트형제가 1903년 키티호크에서 날린 '플라이어호'는 랜딩기어가 없었다. 무게를 줄이려 수레 위에 비행기를 올려 날아오르고 썰매다리로 모래에 내려앉았다. 초기에는 자전거 바퀴가 사용된 적도 있다. 랜딩기어를 비약적으로 발달시킨 것은 전쟁. 1차 대전까지 고정식에 머물렀던 랜딩기어는 프랑스 다우티사가 유압식을 선보인 후 2차 대전부터 접이식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전투기와 폭격기의 속도가 빨라지고 보다 안전한 이착륙이 가능해졌다. 오늘날의 주류는 유공압식. 유압과 공기(질소) 압력으로 착륙장치를 제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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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딩기어가 현 수준에 오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미국은 B-36 전략폭격기의 접지력을 높이고 착륙거리를 단축시키려 바퀴 대신 탱크에나 사용되는 무한궤도에 고무를 입힌 실험기도 만들었다. 프랑스는 바퀴 달린 받침대로 이륙하고 썰매로 착륙하는 제트전투기(SE 5000)를 개발했었다. 이착륙 거리와 랜딩기어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줄이려던 이 계획은 단 두 대 제작에 그치고 말았다. 썰매로 내려앉을 때 동체착륙에 버금가는 고통이 가해진 탓이다.

△랜딩기어가 기체에서 이탈해버리는 충격과 화염 속에서도 인명 희생을 최소화한 아시아나 항공 승무원들의 용기와 승객들이 침착함은 갈채 받아 부족함이 없다. 경제를 움직이는 정책도 랜딩기어와 비슷하다. 중국의 경기와 미국의 출구전략이 소프트랜딩(연착륙)이냐 하드랜딩이냐에 세계경제의 명운이 달렸다. 사고기인 보잉777의 랜딩기어는 14개지만 세계최대 항공기의 랜딩기어는 32개에 이른다. 거대경제권의 랜딩기어가 방파제에 부딪히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의 상황이라도 침착함과 용기를 잃지 않는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권홍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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