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경고음 커지는 한국경제] 미·중·일 삼각파고…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유동성 경색 우려

양적완화 축소 언급에 환율 급등<br>글로벌 투자자금 본격 회수 땐<br>신흥국 엄청난 충격 받을 가능성

환율이 상승하고 코스피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한 23일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외환은행 본점 글로벌마케팅 영업부 딜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호재기자


미국의 출구전략 시사에 이어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양적완화정책이 국채금리 요동 등 역풍을 맞고 있는 데 이어 중국 경제까지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국 경제에 또다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특히 '넘치는 돈'에 취해 있던 글로벌 자금들이 신흥국 투자자금을 대거 회수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에 정부와 시장 관계자들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출구전략 언급만 나와도 휘청=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4원70전 급등한 1,128원70전으로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영향을 받아 제법 큰 폭(6원) 오른 1,120원으로 개장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중 중국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가 기준선(50) 아래(49.6)로 떨어지면서 달러 대비 엔화 상승을 유발했고 이는 다시 엔ㆍ원 쇼트커버(엔화 매수, 원화 매도)를 촉발하면서 원화 가치를 더 가파르게 떨어뜨렸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글로벌 달러 강세 진행에 따라 1,130원은 물론 1,140원대 진입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도 싸늘했다. 2,000선 회복을 노렸던 코스피는 전일 대비 24.64포인트 급락한 1,969.19포인트까지 밀려났다. 4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이날 140억원어치를 팔며 순매도로 돌아섰다. 일본 아베노믹스로 인한 일본 국채금리 급등, 미국의 출구전략 가능성, 중국 제조업의 부진 등 이른바 '삼각파고'가 간신히 회복세에 진입한 한국 경제에 또 다른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긴장감이 극명히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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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충격"… 신흥국 영향력 촉각=양적완화전략의 변화가 감지되자 정부와 시장 관계자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전례 없는 양적완화에 기댔던 글로벌 투자자금의 구도에 미치는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미국의 출구전략이 시행될 수 있다는 전망만으로도 엄청난 충격을 준다"며 "장기채 금리가 상승하고 나아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전반적인 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양적완화 축소가 언제 진행되는가에 따라 위험회피 성향이 짙어진 투자자금들은 미국으로 급격히 회귀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에 대한 투자 회수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 강 부장은 "우리 경제성장에 있어서 대단히 큰 불확실성"이라고 평가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역시 최근 "출구전략으로 선진국 금리가 상승하면 해외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면서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대출 부실화, 시장유동성 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의 양적완화정책이 국채금리 급등이라는 부작용으로 불거진 것에도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우려의 눈길을 주고 있다. 일본의 국채금리 상승이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으로 번질 경우 전세계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라 일본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엔화 약세가 더 가파르게 진행될 경우 불똥은 우리나라에까지 튈 수 있다.

그러나 순전히 해외변수에 따라 경제가 좌지우지되다 보니 우리 정부 입장에서 딱히 취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없다. 원ㆍ엔 환율이 다시 1,100원대를 회복하면서 수출업체 부담이 다소 줄어든 것에 가슴을 쓸어내릴 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언제,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소 이르기는 하지만 주요국 통화정책의 변화가 예상되기는 했다"며 "이제 통화정책의 변화를 우리나라 경제가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이 되는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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