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영화] 5년여 제작 ‘내츄럴시티’ 26일 개봉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2009 로스트 인 메모리즈` `아유 레디` `예스터데이`…. 한국산 블록버스터는 이미 그 자체로 오명이 됐다. 노련함을 더해가는 할리우드 특수효과팀 앞에서 기술력 운운은 낯간지러웠고 내공이 없는 시나리오는 두 어 시간의 러닝 타임을 견디지 못하고 제풀에 스러져 갔다. 그렇기에 `내츄럴시티`는 작품 자체의 맛과는 별도로 여러 생각과 함께 지켜봐야만 했던 국산 SF영화다. 1999년 `유령`을 선보였던 민병천 감독이 오는 26일 그의 두 번째 영화 `내츄럴시티`로 한국판 블록버스터의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사전제작 2년, 촬영 1년, 후반작업 2년 등 무려 5년 여의 제작 기간을 거친 영화로 감독 자신으로서도 5년 만에 내놓은 차기작이다. 제작비는 대략 80여억원. 서기 2080년. 서울은 경기도와 평안도 일부를 포함하는 대규모 도시국가 `메카라인 시티`로 변모해 있다. 대한민국 정부와 연방 형식으로 존재한다는 미래 서울의 모습은 `블레이드 러너` 등 이 부류 영화가 그러하듯 다분히 암울하고 몰인간적이다. 급속한 과학의 발달은 되려 이에 편승할 수 없는 낙오자들을 만들어냈고 등록 코드도 없는 이들은 도시 외곽 수상도시에 모여 산다. 일부는 영화 속 시온(이재은 분)처럼 몸이라도 팔아야 먹고 살 수 있다. 무사히 라인 안에 안착한 이들의 삶도 그리 행복한 것 만은 아니어서 군중 속에 파묻힐수록 내면은 피폐해 보인다. 일부는 뭐든지 들어주고 하라는 대로 다 할 수 있는 인형, 인조인간에게서 조그만 위안을 얻는다. 이들 사이보그는 뉴로칩을 이용한 인공지능과 광섬유에 기초한 신경 네트가 개발돼 나타난 합성 인간. 문제는 이 `제품`엔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인데 엘리트 요원이라는 R(유지태 분)은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사이보그 쇼걸 리아(서린 분)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R의 직업은 무단 이탈 사이버그를 제거하는 특수 경찰. 사이버그를 사랑하지만 사이버그를 죽이는 게 삶의 수단이다. 이후 영화는 무고한 인간을 죽여서라도 리아와의 행복을 늘이고 싶어하는 R의 심리와 수명을 연장해 인간에게 복수하려는 전투 사이버그의 반란을 조명해 간다. 마지막 신에 이르러서는 그나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을 법한 자살을 감행한 사이버그도 보게 된다. `내츄럴시티`는 우선 상상의 세계를 살려낸 특수효과가 돋보이는 영화다. 영화 모든 장면에 100% 디지털 풀 작업을 가한 결과답게 유려한 CG가 일단 눈길을 붙든다. 서울 도심 터널, 부산 벡스코 등 본 듯한 모습들도 어딘지 익숙하지만 전혀 낯선 풍경으로 그럴스레 탈바꿈한다. 죽을 각오로 만들었다는 민 감독의 차기작은 그간 선보인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시나라오 면에서도 거리를 둔다. 곳곳에서 확인되는 `블레이드 러너`에 대한 오마주는 차지하고, 주제를 풀어낸 감성이 유치하지 않다. 감독은 끝을 앞둔 사랑이야기엔 SF장르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5년간의 `뇌출혈`을 감수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사랑이야기로만 지켜보기엔 관객의 인내가 너무 길었던 것인지 모른다. 그간의 과정이 수업료였건 눈먼 자본의 힘이었건, `내츄럴시티`는 다분히 감수하고 넘어야 할 `살풀이` 한 편을 품은 영화가 아닐까 한다. <최인철기자 mich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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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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