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뷰] OCSE 정성 사장

『씨랜드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어난 종합청사의 화재는 국내 방재시스템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미국계 방재전문업체인 OCSE-GBI 정성 사장은 최근에 일어난 대형 사고들이 이미 예견됐던 인재(人災)라며 소방관련법규의 전면재검토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鄭사장은 이와 함께 이번 종합청사 화재와 관련 국내 공무원들의 소방관련 인식수준을 보여주는 일화하나를 소개했다. 세종로 종합청사 화재 다음날인 지난 12일 연이어 두통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했다. 하나는 청사에서 근무하는 통일부 관계자. 또 한통은 경찰청 담당자로부터 온것. 이들은 鄭사장과의 통화중 각각 정반대의 부탁을 했다고 했다. 이번 화재가 선풍기로 인해 발화된 것이냐, 아니냐에 대해 자기측의 주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부탁한것. 경찰청측에서는 『선풍기로 인한 것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했고 통일부측에서는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 달라고 했다. 『방재시스템만 제대로 가동됐으면 설사 발화가 됐더라도 이정도 피해를 줄 정도로 번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책임소재 가리기에만 급급한 현실이 낳은 해프닝입니다』 鄭사장은 국내 방재시스템을 낙후시킨 주범으로 건설과 소방시설의 통합발주를 꼽았다. 건설사는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필연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소방제품을 선호하고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제역할을 못해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분리발주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총 건설공사비의 7%이상이 방재설비 구축에 쓰이도록 법제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속 지금과 같은 상태로 방치하다가는 대외신인도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게 鄭사장의 지적이다. 현재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건축비의 11%이상을 방재시스템 구축에 쓰도록 돼있다. 『국내 진출후 각종 시설물에 대해 점검한 결과 대부분의 건물에서 방재시스템의 작동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질이 낮은 제품 사용으로 오작동이 잦자 아예 스위치를 꺼둔 상태였습니다』 호텔, 공항 등 대부분의 대형건물이 실제로 방재시스템을 꺼둔 상태라고 鄭사장은 설명했다. 이와함께 국내 소방제품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업체중 UL, FM마크 등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인증을 획득한 업체는 다섯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이는 한국소방검정공사의 시험검사 수준이 선진국보다 훨씬 떨어지는데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소방제품의 UL마크 획득에는 1년이상 소요되지만 한국소방검정공사 시험통과에는 3개월이면 충분하다. 『건설사-공무원-하청업체로 이어지는 부패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획기적인 조치가 시급합니다. 제도개혁은 이들의 연합전선을 깨뜨린 후에나 가능할 것입니다』 鄭사장의 충고다. (02)558-3003 정맹호 기자 MHJE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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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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