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유화 산업지도 바뀐다

"기름만으론 한계" 소재·水처리·ESS 등 신사업으로 영역확장 잇달아

● 삼성석유화학, 탄소섬유 판매·생산 본격화

● 현대오일뱅크, 카본블랙 합작사 설립 검토

● 롯데케미칼, ESS·水처리 분야 진출 준비


유화업계의 산업지도가 바뀌고 있다. 석유화학업체인 삼성석유화학이 탄소섬유생산에 나서고 정유회사인 에쓰오일이 소재 분야로 영역을 넓혀나가는 등 유화업체들이 전통영역에서 벗어나 신사업을 확장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석유화학은 신사업으로 탄소섬유 생산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앞서 이 회사는 독일 SGL과 손을 잡고 탄소섬유를 판매할 법인을 설립했는데 판매 외에도 직접 생산에서도 나선다는 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 석유화학이라는 전통 영역에서 벗어나 소재 회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 휘발유 등 석유제품 판매가 주업인 정유회사 에쓰오일도 예외는 아니다. 석유 판매에서 벗어나 이를 기반으로 한 소재 분야로 영역을 넓혀나간다는 플랜을 마련해놓고 있다.


정유·석유화학 등 유화업계가 기존 전통영역에서 탈피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면서 일대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지금 나타나고 있는 흐름은 국내 유화업계가 처음 겪는 변화"라며 "유화업계의 경쟁자도 앞으로는 동종 업체가 아닌 일본의 도레이 등 이종 업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화업계의 경우 각자 고유 전통 영역에서 사업을 영위해온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산업 지도를 그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화업계의 신산업지도의 특징은 차세대 소재 분야가 새롭게 첨가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삼성석유화학과 에쓰오일 외에도 GS칼텍스도 소재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오는 2015년부터 탄소섬유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내 탄소섬유 시장만 놓고 봤을 때 섬유업계와 유화업계가 대립하는 양산을 띠게 되는 셈이다.


소재 분야의 진출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오일뱅크는 타이어 등 고무제품을 만들 때 강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소재인 카본블랙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도 조만간 2차 전지 4대 핵심소재 가운데 하나인 활물질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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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전지 소재인 폴리실리콘의 경우 한화케미칼과 삼성정밀화학이 본격적인 상업 가동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태다. 제일모직도 소재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하며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나노튜브의 경우 금호석유화학이 시장에 진입한 데 이어 한화케미칼도 3월부터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다양한 사업군을 보유하고 있는 LG화학도 스마트기기 등에 사용되는 최첨단 소재로 개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탄소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소재 개발 투자를 늘리는 등 소재 분야가 유화업계의 신사업군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산업 진출도 눈에 띈다. 롯데케미칼은 차세대에너지 저장장치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진출을 추진 중에 있다. 현재 연구개발이 거의 막바지 단계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수 처리 분야도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는 상태다.

차세대 에너지 가운데 하나인 바이오부탄올에서는 GS칼텍스 올해 전남에 시험공장을 짓기로 하고 최근 부지 두 곳을 후보로 선정했다. 수 처리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LG화학 등 유화 업계에서 수 처리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유업계의 석유화학 진출은 가속도가 붙고 있다. SK 에너지 계열사들의 경우 파라자일렌(PX) 공장 증설과 윤활기유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정유 부문보다 석유화학 분야에 투자를 늘리며 정유에 석유화학 색채를 입혀나가고 있는 등 정유업계의 탈정유도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유화업계의 이 같은 변신은 현재의 사업구조로는 미래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경우 중국의 부상으로 조만간 범용 석유화학 제품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다. 여기에 셰일가스가 가져올 변화도 석유화학 업계에 큰 짐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유업계 역시 정제마진 하락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으로 석유로 거액의 이익을 남기는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화업계 사업영역에 '오일'과 '석유화학' 대신 이종 산업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며 "유화업계의 산업지도를 새롭게 그리는 변신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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