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의 본질은 통신기술이 산업 간 경계를 허문다는 겁니다. IoT로 인해 5년 내 많은 산업이 망하고 또 생겨날 것입니다. IoT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봅니다. 아이리버는 남보다 싼 제품이 아닌 남과 다른 절대가치를 지닌 비싼 제품을 만들 것입니다."
박인환(사진·57) 아이리버 대표는 6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IoT로 인해 급변하는 세상'과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절대가치가 있는 제품'을 강조했다.
아이리버는 지난 1999년 레인콤으로 출발했다. MP3플레이어의 절대강자로 2004년 국내 시장의 75%, 세계 시장의 25%를 차지했지만 아이팟과 아이폰이 나오면서 매출이 급락했다. 2012년 '아스텔앤컨'이라는 휴대용 고음질 재생 플레이어를 출시한 후 매출이 반등해 6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지난해 8월 SK텔레콤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소비자들이 아스텔앤컨이라는 손바닥만 한 기계에 열광하고 400만원 넘는 돈을 주고 사는 것은 '다름과 절대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대한민국이 겪는 어려움의 본질은 지금까지의 성공전략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점"이라며 "한국보다 중국과 인도가 더 빨라진 만큼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제품을 내놓으면 빠르면 한 달, 늦어도 세 달이면 중국에서 반값 제품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타개할 방법이 '다름과 절대가치'다. 박 대표는 "한국이나 중국산 스마트폰이 차별화가 안 되는 건 진정한 다름이 없기 때문"이라며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절대가치를 가진 물건을 만들어 비싸게 파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가령 아스텔앤컨은 가격이 400만원을 훌쩍 넘지만 팔린다. 다름과 절대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아스텔앤컨이) 세계 최초로 시도한 것이 다섯 가지가 넘는다"며 "1,000조분의1초를 잴 수 있는 펨토클락, 오디오 전용 중앙처리장치(CPU), 128GB 두 개를 가상화한 256GB 메모리, 정압과 정전 방식이 결합된 메탈터치, 좌우 2개씩 4극으로 돼 있는 이어폰 등 많다"고 설명했다.
아스텔앤컨이 재생하는 음악의 데이터 용량은 4분에 140MB다. 동영상의 3배, 뮤직비디오의 2배가 넘는 고해상도다. 박 대표는 "초고음질 음원은 9만6,000분의1초에 들리는 소리를 1,600만 단계의 크기로 나눠 파동을 전달하기 때문에 데이터 용량이 비디오보다 크다"며 "최적의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200개 부품으로 수많은 조합을 시도해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디지털의 스마트폰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아날로그 고음질의 오디오 제품은 30~40년 노하우가 필요하다. 중국이나 인도가 하루아침에 쫓아올 수 없는 '다름'의 분야다.
박 대표는 IoT에 따른 변화를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IoT로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면 불가능했던 것이 가능해진다"며 "무인 자동차도 5년 안에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그럴 경우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무인차가 나오면 차를 소유할 필요도 없고 주차나 운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차도 지금의 3분의1만 필요하기 때문에 길도 안 막히게 된다"며 "그러나 택배·택시·자동차 회사 등이 살아남기 힘들게 되는 등 사회적 문제도 커진다"는 것이 박 대표의 분석이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이 서둘러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 대표는 "중국은 품질이 더 좋아지고 일본은 가격경쟁력이 날로 높아지는 등 한국이 설 자리가 없다"며 "한국 기업들은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절대가치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