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자원/“물은 공짜” 의식이 물 부족 부른다

◎산업화·도시화로 물 사용량 갈수록 늘어나/공업용수 모자라 가뭄때 공단 조업단축 반복/페놀 등 수질오염 사회문제화 질제고 급선무전 세계가 물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세계 인구의 40%가 만성적인 물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유엔은 물의 날(3월22일)까지 만들어 물 절약과 수자원 개발에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산업화·도시화로 물 사용량이 예상보다 빨리 늘어나고 있다. 반면 수질오염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점차 줄어든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물값이 석유값보다 비싼 나라들을 보며 남의 얘기로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일로 다가왔다. 먹는 물뿐 아니라 공업용수도 모자라 가뭄 때마다 주요 공단의 생산활동이 중단되고 있다. 물 때문에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거품이 걷히고 있는 것처럼 물 사용도 거품을 걷어내야 하는 시점이 왔다고 입을 모은다. 유엔의 국제인간행동연구소(PAI)는 우리나라가 활용 가능한 수자원량을 6백30억t으로 추산했다. 이를 국민 1인당 활용 가능량으로 환산하면 55년의 2천9백41t에서 최근에는 그 절반으로 줄었다. PAI는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를 이미 물 부족국가로 분류했다. 물의 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89년 낙동강 페놀오염사건은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국민들도 이 사건으로 수질오염이 크나큰 사회문제가 됐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런 상황은 「물은 공짜」라는 국민들의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됐다. 물의 유한성과 수자원 보전의 중요성을 은연중에 잊고 산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우리의 연간 강수량이 세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1인당 수자원 양은 매우 부족하고 앞으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물부족 실태·원인/일·불·독·영 등 선진국보다 1인당 하루 45ℓ나 더 사용/공업용수난 공장가동못해/하루평균 84조원 생산손실 수자원공사의 용수 수급전망에 따르면 94년 말까지만 해도 연간 수요 3백1억t에 공급이 3백24억t으로 물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으나 2011년에는 20억톤이나 모자랄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강수량이 1천2백74㎜로 세계평균 9백70㎜보다 많으나 1인당 이용가능량은 연 3천t으로 세계 평균 3만4천t의 8.8%에 불과하다. 특히 90년대 들어 해마다 가뭄이 반복돼 우려를 더하고 있다. 갈수기인 봄은 물론 가을과 겨울에도 용수가 부족해 많은 지역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공업용수 부족은 더욱 심각하다. 국토개발연구원이 울산지역 1백6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공업용수 실태를 조사한 결과 68.9%가 공업용수 부족을 호소했다. 또 37%의 업체는 물 부족으로 가동 중단이나 조업단축을 경험하고 있다. 공업용수 부족으로 가동률이 15% 떨어지면 하루 84억원의 생산 손실이 생기고 1년이면 2조4천47억원의 손해가 난다. 이런 실정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선진국보다 물을 헤프게 쓰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일본·프랑스·독일·영국 등 선진 4개국 국민들보다 하루 평균 수돗물을 45ℓ나 더 사용하고 있다. 오는 2006년 예상되는 공업용수 수요는 3백50억t으로 공급량 3백45억t을 넘어설 전망이다. 2010년에는 생활수준 향상과 산업화 진전으로 20억t 이상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대책/15개 광역상수도 올해 착공/민간시범실시 중수도 확대/상하수도요금 현실화통해 댐 건설·수질개선 재투자 물 문제의 핵심은 물 부족을 어떻게 해결하고 질을 높일 것인가로 모아진다. 정부는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 8월 물관리종합대책을 확정,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종합대책의 골자는 수자원 확보와 공급대책이다.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댐 건설이다. 계획중인 탐진·영월·적성댐이 완공돼도 2006년 이후에는 전국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예상돼 최소한 2011년까지 28개의 새로운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최근 「댐건설지원특별법안」을 만들었다. 댐건설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재산 보상 외에 소득증대사업 등의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여러 논란이 있어 국회에 계류중이다. 건설중인 댐은 한강 횡성댐, 낙동강 남강·밀양·영천댐, 금강 용담댐, 부안댐 등이다. 또 한강 영월댐 , 영산강 탐진댐, 섬진강 적성댐이 2001년까지 완공되고 2011년을 목표로 25개 댐이 추가로 건설된다. 수공은 2011년까지 53억t의 수자원을 추가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용수 예비율이 9%대로 확보돼 공급 부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수질 개선에도 발벗고 나섰다.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15개의 광역상수도와 3개 공업용수도를 2000년까지 완공키로 확정, 올해부터 건설에 들어갔다. 수자원의 효과적 사용을 위해 민간 차원에서 일부 시범 실시하고 있는 중수도 시설을 확대, 대전 정부3청사와 인천국제공항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에 필요한 재원 조달이다. 20년전 저수량 20억t인 소양강댐 건설비로 3백21억원이 들었으나 요즘은 8억t의 용담댐만 해도 1조원이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수준에 못미치는 상하수도 요금을 현실화해 물 낭비를 줄이고 추가 수입은 댐 건설 및 수질 개선에 재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광역상수도 원가는 t당 75원27전으로 생산원가인 t당 1백17원53전의 64%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수공의 연간 적자가 5백억원에 이르고 있다. 다른 나라의 수도료를 보면 영국 런던이 t당 1천3백10원, 바르셀로나 1천3백28원, 베를린 1천4백83원, 파리 1천68원 등 t당 1천원 선이다. 반면 서울은 3백6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싸다. 수공 송화영관리본부장은 『영국이 70년대 초 테임즈강 살리기운동을 벌일 때 물값을 5배 올리자 하수 발생량이 30% 줄어들었다』며 『물값 인상으로 상수원 투자재원 확보와 함께 국민들의 물소비 절약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사회부 성종수·유찬희·정재홍·정두환·이은우·전광삼 기자> ◎인터뷰/수자원공 임정규 사장/“2000년까지 물값 생산원가수준으로 인상”/용담 등 7개댐 2001년 완공/시화호 조력발전 활용검토/2000년 인공강우 실용화 『미래의 물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지나치게 낮은 물값을 하루빨리 현실화해야 합니다. 이는 물의 과소비를 줄이고 수자원개발에 필요한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일입니다.』 한국수자원공사 임정규 사장은 우리 국민들의 물 사용량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생산원가의 65%에 불과한 싼 물값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오는 2000년까지 물값을 생산원가 수준으로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날로 악화되는 수질개선을 위해 댐 상류 유역의 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을 설치해 오염원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미포토맥강의 사례를 기초로 수혜자가 환경기초설치 운영비를 분담하는 환경기초시설 설치촉진방안을 정부측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임사장은 『여름에 강우가 집중되는 우리나라의 여건상 절수등의 방법만으로는 안정적인 물공급및 관리에 한계가 있다』며 『지속적인 댐건설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 건설중인 용담댐등 7개의 댐을 2001년까지 계획대로 완공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2011년까지 신규댐을 단계적으로 건설해 51억톤의 수자원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댐건설중장기계획이 완료되는 2011년에는 용수예비율을 9%로 높이고 다목적댐에 의한 용수공급비율을 현재의 39%에서 50%까지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림사장은 전망했다. 임사장은 『지난 정기국회에서 댐건설및지원에 관한법률이 통과되지 못해 안타까움이 크다』며 댐건설중장기계획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이 법안의 입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급격한 용수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2011년까지 20∼30개의 댐을 건설해야 하므로 댐수몰지및 주변지역 지자체및 주민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의 댐건설 반대여론에 대해 임사장은 『환경친화적인 설계개념을 도입해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할 계획』이라며 『불가피하게 훼손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내에 복원이 가능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임사장은 특히 시화호 수질 문제와 관련해 『장·단기 계획을 마련해 하루빨리 수질개선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단기적으로 하천에 인공습지, 산화지를 설치해 자정능력을 높이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안산·시화·화성 등에 하수처리장을 신·증설하고 시화호 유역에 환배수로를 설치해 오폐수의 유입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방침이다. 그는 『시화호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시화호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과 함께 관계기관과 항만개발, 조력발전소 건설등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임사장은 『21세기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고도정수처리및 하수처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연구개발에도 과감히 투자할 계획』이라며 『이미 지난해부터 이상가뭄에 대비한 기술개발용역에 착수해 오는 2000년대초까지 인공강우를 실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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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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