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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새롭게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세계 5위 원자력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위상을 반영해 선진적이고 호혜적으로 미국과 협력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40여년 전 체결돼 미국에 의존적이고 일방적인 불평등 협정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현행 협정에서 벗어난 것이다.
개정 협정을 통해 △사용후핵연료 관리 △원전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수출 증진이라는 3대 중점 추진 분야에서 우리 국익을 확보하고 자율성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우리 원자력 분야의 당면 과제인 사용후핵연료 관리(핵폐기물 처리)에 있어 △중간저장 △재처리·재활용(파이로프로세싱) △영구처분 △해외 위탁재처리 등 향후 어떠한 방안을 추진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협력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를 발전소 내에 임시로 저장하고 있지만 2024년 이후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전체적인 관리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어떤 처리방식을 택할지 의견수렴 과정에 있다.
이와 함께 우리가 보유한 연구시설에서 미국산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한 조사후시험, 전해환원 등의 형상 변경활동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장기동의를 확보했다. 특히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위해 우리나라가 채택을 희망하고 있는 파이로프로세싱의 경우 지난 2011년 착수해 2020년 종료되는 한미 핵연료 주기 공동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미 양국 간 고위급위원회 협의를 통해 합의해 추진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마련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핵심기술인 저장·수송·처분 등 분야에 있어서도 관련 15개 기술 분야를 선정해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원전연료 안정적 공급
국제 원전연료시장은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돼왔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연료수급에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예상치 못한 연료수급 문제에 대비해 장기적인 안정적 연료공급 확보를 위한 방안을 개정 협정에 포함했다.
우리가 미국산 우라늄을 20% 미만으로 저농축하고자 할 때는 고위급위원회를 통해 일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양국이 합의해 추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새로운 방식으로 기술적 타당성, 경제성, 핵 비확산 등의 여건이 성숙될 경우 저농축에 합의할 수 있는 추진 경로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또 미국은 한국에 대해 원전연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연료시장의 수급 불균형 상황이 발생할 경우 상호 비상공급 지원 협의 등의 내용도 담았다.
원전수출 증진
우리 원자력 수출업계가 미국산 핵물질, 원자력 장비 및 부품 등을 한미 양국이 원자력협정을 체결한 제3국으로 재이전할 때 건별로 동의 받을 필요 없이 포괄적인 장기 동의가 적용되도록 했다. 또 수출입 및 기술이전 등과 관련한 인허가를 신속하게 발급하고 인허가로 인해 상대방의 교역이 제한되거나 부당한 비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했다. 핵물질, 장비, 부품 및 과학기술 관련 정보 교류도 촉진하도록 규정했다.
원자력 주권 존중
개정된 협정 서문에 한미 양국은 핵비확산조약(NPT) 당사국으로서 원자력을 평화적 목적으로 연구·생산 및 이용함에 있어 갖는 '불가양의 권리'를 확인했다. 또 양국 간 원자력협력을 확대함에 있어 주권의 침해가 없어야 함을 명시했다. 농축과 재처리 등 형상변경을 포함한 제반 원자력 활동에 있어 상대방의 원자력 프로그램을 존중하고 부당한 방해나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규정도 포함했다. 또 개정 협정의 유효기간을 20년으로 단축하고 일방 당사국이 1년 전에 사전 통보만 하면 어느 때나 협정을 종료시킬 수 있게 했다.
개정 협정에서는 한미 양국이 상설 고위급위원회(차관급)를 신설해 원자력협력에 관한 전략적 협의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위원회에서 합의했을 경우에만 파이로프로세싱이나 저농축 추진 등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반쪽짜리 핵주권 확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