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비자금 정국과 동투(冬鬪) 속에서 국내 주요 그룹의 총수들은 대부분 해외 출장을 마치고 국내에 체류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내부 살림을 챙기는 `정중동`의 형국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모임에 불과 5명 남짓의 총수만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들이 대부분 국내에 체류중임에도 불구, 회장단 모임이 이처럼 간소하게 치뤄지는 것은 유례 없는 일이다.
주요 그룹의 총수들도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연말 수출 독려를 위해 왕성하게 뛰어 다녔던 예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건희 삼성회장은 지난주 일본 출장을 끝으로 대외활동을 접은 채 그룹의 내년 사업계획과 국내외 경기 동향을 살피며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들어 잦은 해외 출장으로 왕성한 경영활동을 보여왔던 구본무 LG 회장도 지난 9월말 중국 출장을 다녀온 이후 국내에 계속 체류중이다.
정몽구 회장도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중국 출장을 다녀 온 뒤 그룹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이날 열린 에쿠스 신차 발표회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 밖에 조양호 한진회장은 스카이팀 행사 참여차 해외에 출장중이며, 오는 17일 조중훈 회장의 타계 1주기에 맞춰 귀국할 예정이고, 박삼구 금호 회장 등 여타 총수들도 대부분 국내에서 계열사들의 내년 사업 방향들을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예년같으면 연말을 맞아 총수들이 경영 전면에서 해외를 순시하거나 계열사 CEO들의 분발을 채근했다”며 “비자금 정국이 운신의 폭을 다소는 좁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