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알맹이 없는 만남

프랑스와 독일 정상이 유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났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유로존의 채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사라졌다. 이번 정상회담은 유럽연합(EU) 외교사에서 하나의 고전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다. 발전이란 단 한번의 큰 진전으로 이뤄지든지 아니면 아예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유럽의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어떠한 진전도 이뤄내지 못했다. 두 정상이 합의한 몇 가지 결정들은 이번 위기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토빈세라고 불리는 금융거래세는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작동될 가능성이 크다. 양국 정상은 또 공동 법인세를 도입하기로 합의했고 나머지 EU 국가에도 이를 도입하도록 압박을 가하겠다고 했다. EU 국가들이 공동 법인세를 도입하는 것은 괜찮은 생각이다. 하지만 이는 아일랜드와 같은 EU 내 경제소국에는 결코 좋은 방안이 아니다. 지금은 유로존의 국가부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 정상들이 무엇보다 국정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두 정상은 어떤 의미 있는 합의도 이뤄내지 못했다. 유로존 17개 국가가 오는 2012년 중반까지 균형예산을 헌법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두 정상의 제안은 부차적인 것이다. 재정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은 효과적일 수 있지만 경기 하강국면에서는 돈을 풀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균형예산에 대한 집착은 EU의 '안정 및 성장에 관한 협약(SGP)'에 대한 오해가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재정흑자와 공공 부채의 건전성은 국가부채 위기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백신이 될 수 없다. 스페인의 고통스러운 경험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온 새로운 제안은 유로존 공동경제위원회를 창설해 매년 두 차례 정례회의를 열기로 했다는 것뿐이다. 이 같은 조치의 성패는 유로존 정상들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달렸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온 어떤 것도 유럽 금융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장기적인 안정은 현재의 위험이 끝났을 때에만 가능하다. 단계적인 정책만으로는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시장에 안정을 가져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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