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노사특집] 전문가진단 99 노사기상도

한국노동정책정보센타 李成熙국장올해 노사관계 기상도는 불안정하다. 현재 예상대로 실업률이 7∼8%대에 머무를 경우, 고용문제에 가장 민감한 노사관계 불쾌지수는 85%를 웃돌 전망이다. 불쾌지수가 높아지면 노사간의 갈등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흐린 날씨에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이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노사관계는 초반부터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연초부터 상당한 비구름을 머금고 있는 기압골이 두 개나 한반도 상공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빅딜과 공기업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정 1차 격돌] 첫번째 기압골은 「빅딜」이다. 지난해 12월7일 대통령과 5대그룹 총수들이 구조조정에 합의하면서 형성된 빅딜 기압골은 99년초부터 기세를 올리며 한반도에 상륙할 예정이다. 재벌 빅딜은 중복 과잉투자됐던 부문의 인원감축을 동반할 것이고, 이에 따른 노사갈등도 뜨거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자동차 업종도 만만치 않다. 노동계는 빅딜에 따른 고용승계, 인원감축을 최소화하기 위한 근로시간 단축 등 고용유지와 불가피할 경우 희망퇴직 위로금 등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경영계도 이에 맞서 기업을 인수·합병할 경우 복수노조 금지를 요구 할 것이다. 이런 주장들이 맞부딪칠 경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실제 빅딜로 인한 노사갈등 전선은 제한적으로 형성될 전망이다. 빅딜로 인한 고용불안이 쟁점이 되더라도 실제 전선이 형성되는 곳은 직접적인 고용불안을 겪고, 노조가 조직력을 갖춘 사업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5대그룹 빅딜과 관련된 19개 회사 중 조직력을 갖춘 민주노총 산하 금속산업연맹이 관심을 끌고 있다. 두번째 기압골은 「공기업 구조조정」이다. 김대중(金大中)정부 출범 이후 시작된 공공부문 구조조정 바람은 각 기관이 제출한 구조조정계획안을 토대로 99년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통신이 2000년까지 1만5,000명을 줄이는 강도높은 인원감축 계획을 발표했고 다른 공기업에서도 그동안 「계획」수준에서 「실행」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의 공기업 퇴직금 누진제 폐지 방침도 쟁점이 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내년도 공기업 임금을 4.5% 삭감하고 퇴직금도 공무원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어서 이를 둘러싼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빅딜」과 「공기업 구조조정」의 두 기압골은 1월부터 본격적으로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 3월께 집중적인 폭풍우를 몰고올 가능성이 크다. 이 폭풍우는 노사갈등과 함께 노정 갈등이 겹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공기업 구조조정의 경우 정부가 나설 수 밖에 없는 사안이고 빅딜과 관련된 노사갈등도 같은 시기에 집중될 경우 정부가 해결사로 나서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와 경영계로서는 두 개의 기압골이 교차되는 것을 피하는 방향으로 시기를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총파업이라는 단선적인 전술보다는 구체적인 정책대안과 다양한 전술구사로 결집력을 높여나간다는 구상이다. 따라서 실제 1차 노사정이 격돌하면서 생겨날 파고의 높이는 이런 노동계·경영계·정부의 시도가 얼마나 효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5-7월에 다가올 「임금교섭」 장마전선] 기압골이 지나간 뒤에는 세력이 약화된 「임금교섭」이라는 장마전선이 한반도를 지나가게 된다. 시기는 아직 예단하긴 어렵긴 하지만 5-7월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경영계는 98년도 임금인상률이 마이너스 성장에 여세를 몰아 99년에도 임금동결이나 삭감안을 들고 나올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노동계는 계속되는 임금동결이나 삭감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체감물가는 거의 두자리수 가까이 뛴데다 최근 들어서 각종 경기지표들이 살아나면서 일부 성장업종에서는 임금인상에 대한 기대심리도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입장차이 때문에 곳곳에서 임금인상 기조를 둘러싼 공방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임금교섭 장마전선은 한 시기에 집중되기 보다는 긴 기간에 걸친 「국지전」의 양상을 띌 가능성이 많다. 노동계로서는 임금인상보다 고용문제가 더 시급한 상황이고 일각에서는 「무교섭 타결」, 「노사화합선언」 바람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노사갈등은 곳곳에서 산발적인 「소나기」와 같은 양상을 띌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일부 사업장에서는 고용불안문제와 겹쳐지면서 노사갈등이 증폭되는 「집중호우」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렇게 빅딜과 공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기압골과 임금교섭 장마전선이 실제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노사관계 내외의 지형변화라는 변수를 같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양대노총 위원장 선거를 꼽을 수 있다. 한국노총의 경우 99년 2월말에 선거가 예정돼 있고, 민주노총도 이갑용(李甲用)위원장의 공약대로라면 3월에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크다. 이 양대노총의 선거결과에 따라 노동계의 대응방향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노사정위원회가 첨예한 노사갈등의 완충지대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느냐도 변수다. 현재 민주노총이 탈퇴를 선언해 놓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여당 일각에서는 기능회복을 위한 다양한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근로시간 단축과 휴일제도, 노조 전임자 임금 등의 법률적인 쟁점도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말에 가서는 2000년 총선에 맞춘 노동계의 정치적 영향력 강화 움직임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IMF한파가 고용문제 중심의 노사관계를 만들어 냈듯이, 노사관계 전망에는 경기지수와 정치상황이라는 외적 변수를 무시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이런 쟁점과 변수들이 한데 어우러져 99년도 노사관계를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