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따라 수출산업 경쟁력 강화” 판단/아시아 신흥공업국 경기부진도 투자 유발/조선·화학 업황호전 어려워 지속매입 걸림돌로외국인투자가들이 수출관련 대형주와 증권주를 적극 사들이는 배경과 매수지속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주 엔화가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조선, 화학 등 저가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으며 이번주들어서는 증권주 등의 매수 규모를 늘리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22일까지 외국인들은 대우중공업을 3백30만주 순매수했고 삼성중공업 43만주, 현대전자 44만주, LG전자 2백34만주, LG반도체 1백20만주를 순매수했다. 또 동원증권을 90만주이상 사들였으며 대우증권, 현대증권, 쌍용증권 등도 30만∼50만주 정도 순매수했다.
ING베어링증권의 강헌구이사는 『저가 대형주의 경우 미국과 영국계 투자자금들이 매수에 적극적이며 증권주들은 홍콩쪽에서 대량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전문가들은 이같은 외국인 매수세를 두가지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선 엔화강세로 국내 수출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더블유아이카증권의 이옥성 지점장은 『외국인투자가들은 그동안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기업실적 부진과 이에따른 주가하락, 원화 환율 상승으로 환차손 위험 등 이중고를 겪어왔다』며 『엔화 강세로 수출경기가 살아나면 기업실적도 회복되고 원화환율도 안정세를 나타낼 것으로 판단한 외국인들이 저가 대형주를 적극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요인은 아시아지역에서는 외국자금을 마땅히 투자할만한 신흥시장이 없다는 것이다. 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은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않고 증시역시 지리한 횡보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원화환율이 안정세를 나타내면서 한국 증시로 발길을 돌리는 외국인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증권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낙관적인 해석에도 불구하고 이번 외국인 매수세가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외국인들이 매수한 저가 대형주중에는 조선업종과 화학업종이 다수 포함돼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조선업의 경우 수 년치 수주물량이 이미 결정돼 있어 당장 엔화 가치상승에 따른 업황호전을 기대할 수 없고 화학업종 역시 경기 상승을 낙관하기 힘들다』며 『초단기 매매에 능한 외국자금들이 투기적으로 매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우중공업을 비롯한 일부 조선주들은 외국인 매물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쟈딘플레밍증권의 정태욱이사는 『엔고로 국내 조선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은 난센스』라며 『이번에 저가 대형주를 사들인 외국펀드들은 장기투자 위주의 대형펀드라기 보다는 단기투자 위주의 펀드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이사는 『일단 엔고 현상으로 외국자금의 유입이 촉발됐기 때문에 국내 증시의 유동성 확대에 긍적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6·7월에 채권시장이 추가로 개방되고 투신사들이 외국인 전용 투자신탁을 설정할 예정이므로 추가적인 외국자금 유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정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