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일상생활과 관련된 각종 제도가 많이 바뀐다. 큰 방향은 납세자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때문에 알아두면 그만큼 이익이 된다.
각종 영수증을 꼼꼼히 챙겨보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병원의 건강검진비를 잘 챙겨둬야 한다. 지로로 납부한 학원비도 무심코 버려서는 안된다. 모두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증빙서나 영수증를 잘 보관하면 나간 돈을 일부나마 되찾을 수 있다. 연말정산 때 쓰면 그만큼 세금을 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간 세부담을 최고 3,200만원까지 아낄 수 있다. 근로자의 교육비ㆍ의료비ㆍ보험료 공제한도가 최고 67%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이 만큼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는 근로자는 거의 없겠지만 공제의 혜택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눈에 힘을 주고 영수증을 찾아 공제 혜택을 받자.
한국전력이 고지하는 전력요금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1월부터는 주택용 전기요금이 2.2% 내린다. 다단계판매 상품도 구입 후 14일 이내에는 조건없이 반품할 수 있다. 증권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소식도 있다. 원금이 보장되는 파생금융상품이 선보인다.
그런데 좋은 일만 있을까. 반대의 경우도 있다. 특히 서울에 살면서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잘 산다고 생각한다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상속세와 관련된 세금제도가 개편돼 이전보다 세금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우선 상속받은 집을 팔 때도 양도소득세를 물게 된다. 정부가 `투기지역`으로 지정한 지역에서는 집값이나 규모(평형)에 관계없이 무조건 실거래가격으로 과세되기 때문에 집을 팔 때 내야 하는 세금이 크게 늘어난다.
주택용 전기요금도 2.2% 내린다. 외과, 내과 등 필요하지만 의사들로부터 인기가 없는 의료부문을 육성하기 위해 전공의에게 월 50만원씩 수련보조금이 신설되고 농어민들의 대출금 이자가 연 3%로 내려간다. 또 도시인들도 세대당 약 300평 미만의 농지를 주말농장 또는 체험농장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이동통신 전화요금도 평균 7% 내려간다. 대신 등기우편 수수료는 200원 오른다.
■ 세금-국민생활
올해 연말정산때에는 종전보다 더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월급쟁이라면 더욱 그렇다. 근로자들의 교육비와 의료비, 보험료에 대한 특별공제폭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유치원생 교육비는 1인당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중고생 교육비는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300만원이던 대학생 교육비의 공제 폭은 500만원에서 각각 확대된다.
의료비 공제한도 역시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어난다. 더욱이 건강검진비도 공제대상에 새로 포함됐다. 마음껏 건강검진을 받아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저축성 보험료에 대한 공제도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어났다.
일용직 근로자들의 근로소득 공제금도 하루 6만원에서 8만원으로 높아진다. 특히 직불카드를 사용하면 공제율이 현행 20%에서 30%로 올라간다.
근로소득자 입장에서 좋지 않은 소식도 있다. 혜택이 소멸되는 조항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재산형성에 도움이 됐던 근로자우대저축, 장기증권저축, 고수익고위험신탁저축 등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모두 사라진다. 한시적으로 정했던 세제혜택 유예기간이 모두 끝났기 때문이다.
정부의 골칫거리였던 부동산시장과 관련해서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각종 규제조치들이 올해부터 일제히 시행되기 때문이다. 우선 상속주택을 팔 때 양도세가 부과된다. 시가 6억원 이상의 고가주택을 팔 때 양도세가 기준시가에서 실거래가로 과세된다. 특히 민ㆍ관으로 구성된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가 `투기지역`으로 지정한 곳은 무조건 실거래가로 과세된다. 부동산 투기억제책의 일환이다.
■ 세금-기업
영세 중소기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라면 신경을 바짝 써야 한다. 각종 세무장부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는 영세사업자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득표준율`에 의한 과표산출방식을 인정받았지만 올해부터는 기준이 `기준경비율`로 변경된다. 세부담이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준이 바뀌더라도 세금 부담이 종전보다 50% 이상은 늘지 않는다. 정부가 그만큼 한도를 정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도 올 6월말까지 6개월간 연장된다. 이 제도는 기업 투자금액의 10%를 납부할 세금에서 빼주는 것이다. 기한이 연장된 것은 설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세액의 20%(지방 소재 기업은 30%)를 깎아주는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대상업종도 늘어난다. 기존 19개에 9개 업종이 추가된다. 추가 업종은 과학ㆍ기술서비스업, 포장 및 충전업, 영화산업, 공연산업, 전문디자인업, 뉴스제공업, 관광산업, 노인복지시설운영업, 주문자상표표시부착방식 수탁생산업 등이다. 다만 의료업 가운데 의원과 치과, 한의원 등은 감면대상에서 제외된다.
각종 `기능성 쌀`에 붙는 부가가치세도 10%가 면제된다. 우리 술을 좋아하는 술꾼들에게 좋은 소식도 있다.탁주와 약주, 청주의 알콜도수 규제가 전면 폐지된다. 전통주 개발이 활기를 띨 수 있도록 제조 시설기준도 종전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 금융ㆍ보험
자동차보험 표준약관도 소비자권익을 옹호하는 쪽으로 크게 바뀐다. 올해부터 사고로 탑승자나 통행자의 소지품, 예를 들면 휴대폰이나 노트북, 캠코더, 골프채 등이 파손되면 1인당 20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까지는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로 사망하거나 다쳐도 보상을 받을 수 없었지만 올해부터는 보상받을 수 있다.
교통사고 사망자의 위자료 한도도 종전의 3,200만원에서 4,500만원으로 40.6% 올라간다. 특히 사고차량을 수리할 동안 렌터카를 빌려서 사용할 경우 필요 비용을 전액 실비로 보상받을 수 있다.
상호저축은행도 잘 골라야 할 때가 다가왔다. 상호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판단의 기준이 되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올 7월부터 `4%이상`에서 `5%이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 정보통신
휴대폰 요금이 평균 7.3% 내린다. 그러나 휴대폰을 새로 구입할 경우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단말기 보조금 지급에 대한 규제가 올 3월부터 더욱 강화됨에 따라 시정조치와 과징금부과 외에도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동통신대리점에 대한 단말기 보조금지급도 명시적으로 금지됐다. 등기우편 수수료 역시 200원 오른 1,300원으로 조정됐다. 무분별한 광고성 메일(스팸 메일)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전자우편 뿐만 아니라 전화, 팩시밀리 등을 통한 스팸 메일 전송이 올 상반기중 금지된다. 또 3월부터는 우체국에서도 하루 1,000달러 이하의 증여성 송금이 가능해진다.
■ 주식투자
자산운용업법이 제정돼 투자자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 하반기에는 선진국형 실물투자펀드가 선보일 예정이다. 투자대상은 부동산이나 금 같은 실물이다. 장외파생상품을 활용해 실질적으로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도 등장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펀드의 동일종목 투자한도가 설정된다. 이는 기관의 투자분산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소외종목도 기관투자가들이 매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펀드운용에 대한 공시의무도 강화된다. 일반인들이 간접투자에 접근할 수 있는 길도 활짝 열렸다. 증권사 뿐만 아니라 은행, 보험사(대리점)에서도 펀드를 판매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식투자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 공정거래
방문이나 다단계 판매원에게서 물건을 샀더라도 14일 안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물품은 7일 안에 반품하면 돈을 돌려 받을 수 있다. 또 다단계 판매업자는 소비자 피해보상을 위해 `소비자피해 보상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가맹점의 피해가 늘고 있는 프랜차이즈 사업체의 의무도 강화된다. 가맹본부는 가맹점과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재무상태, 수익성 등 중요한 정보를 반드시 알려야 한다. 특히 가맹본부는 계약만료일 90일전에 가맹점에 계약종료를 알리고 계약을 해지할 경우에는 2개월 동안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 영세 가맹점들의 부당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어음 대신 기업구매전용카드 등으로 현금성 결제를 하는 기업들에게는 소득세 법인세의 0.5%를 세액공제해주는 시한이 2005년말까지 3년간 더 연장된다. 다만 공제율은 0.3%로 낮아진다.
■ 산업
전기요금이 주택용은 2.2%, 일반용은 2.0%씩 각각 내려간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전기료가 저렴했던 산업용은 2.5% 올라간다. 한전의 착오로 전기료를 실제보다 많이 낸 경우에는 지난해까지는 원금만 돌려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원금에 이자까지 받을 수 있다.
수출의 역군인 종합상사 지정요건도 완화된다.
외국인 산업연수생들에게는 1년간의 연수활동기간에만 상해보험 및 체불방지보험 혜택을 줬으나 올해부터는 2년간의 연수취업 기간에도 보호를 받게 된다.
정부는 또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사업비 비율을 총사업비의 30%에서 50%로 확대했다.
■ 농어민
농어민들이 부채 대책으로 지원 받은 중장기 정책자금의 이자가 종전의 연 4~5%에서 3%로 내려간다. 연대보증피해자금의 금리도 연 5%에서 3%로 낮아진다. 대출만기일보다 1년 이상 앞당겨 갚을 때는 1년간 이자액의 30%를 되돌려주는 특별보상제도가 시행된다.
1만㎡(약 3,000평)미만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농민이라면 자녀가 실업계 뿐만 아니라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경우에도 입학금 또는 수업료 전액을 빌릴 수 있다.
■ 건설
중산ㆍ서민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지난해 말을 시한으로 시행됐던 주택전세ㆍ구입자금 지원이 올해까지 연장 시행된다. 특히 연간소득이 3,000만원 이하인 서민들에게 6,000만원까지 빌려주는 융자금리도 종전의 연 7~7.5%에서 연 6.5%로 내려간다.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이전할 때 적용되는 국민주택채권 매입대상도 저당권 설정금액 1,000만원이상에서 2,000만원이상으로 완화됐다. 토지보상 때 보상계획 공고, 보상액 결정, 협의 요청 등을 거쳐야 했던 절차가 일원화되고 준도시ㆍ준농림지역을 관리지역으로 통합해 용도별 지역구분이 5단계에서 4단계로 개편됐다.
■ 환경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된다. 자동차 공회전을 제한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됐다. 또 버스를 바꾼다면 천연가스버스 같은 저공해자동차로 변경하거나 가스저감장치를 반드시 달아야 한다. 한강수계 물이용 부담금도 110원에서 120원으로 9% 가량 오른다. 또 규제기준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된다.
■ 노동
조선족 등 외국교포의 고용기회가 넓어진다. 총고용정원 5만명 범위 내에서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게 됐다. `방문동거자의 고용관리에 관한 규정`이 시행됨에 따라 음식점과 청소, 사회복지, 개인간병, 가사 등에서 방문동거 체류자격을 가진 해외동포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됐다. 다만 외국국적 동포를 쓰려면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에 내국인에 대한 구인사실을 등록한 뒤 1개월동안 채용하지 못하는 경우로 국한된다. 특히 음식점이나 청소업 등 서비스업 사업자는 재외동포를 2년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다.
육아휴직 기간동안 지급하는 급여는 내년부터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된다.
직장인의 육아 부담도 줄어든다. 직장보육시설 설치자금에 대한 융자가 종전의 3억원에서 최고 5억원으로 늘어난다. 금리도 연 1~2%로 싸진다. 중소기업에만 국한되던 직장보육시설 설치비가 전 사업장에 지원되고 한도 역시 7,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증액된다. 직장보육시설의 근로자 자녀비율이 3분의1 이상이면 운영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직장 내 보육시설 확대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사항으로 혜택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기준도 강화된다. 장애인 의무고용대상에 경증 산업재해장애자는 제외된다. 50세 이상 준고령자나 55세 이상의 고령자를 나이를 이유로 해고하는 기준이 엄격해진다. 노 당선자가 노령취업 확대를 공약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고령노동자 해고조항은 더욱 엄격해질 전망이다.
<정리=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