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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정 절감을 통해 마련된 재원을 재정 수요가 있는 곳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에 중앙정부와 공공기관은 물론 지방정부까지 마른 수건 짜기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국민 동의 없이는 증세가 사실상 어려운데다 비어 있는 나라 곳간에 복지수요 증가 등 쓸 돈이 많은 상황에서 마련한 고육지책이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마련한 재정 절감 대책에 대해 방향을 잘 잡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눈덩이처럼 빠르게 불어나는 재정 수요에다 경기 불확실성으로 세입기반마저 불안정해 증세 등 근본적인 대책 없이 재정 절감 효과만으로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표한 '10대 분야 재정개혁 방안'을 보면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꼭 필요한 분야에 재원을 사용하기 위해 지출 효율화에 방점을 찍었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지방재정, 지방교육재정, 연구개발(R&D)은 물론 공공기관 기능조정까지 정부가 재정을 줄일 수 있는 분야는 총망라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눈먼 돈, 새는 돈은 막고 잠자는 돈은 깨워 재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자는 취지"라며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경기까지 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확대재정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세가 경기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는 만큼 당분간 기존 기조를 이어가되 재정개혁을 통해 부족한 재정수요를 뒷받침해나가겠다는 얘기다.
실제 정부가 현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카드는 다 꺼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복지 수요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증세 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공약가계부'를 지키기 위해서는 재정 절감 외에는 별다른 수단이 없다.
정부는 사전 브리핑에서도 공약가계부는 예정대로 실행되고 있으며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은 "재정개혁과 경기 활성화를 통해 세금이 들어오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최대한 재정개혁을 통해서 돌파해나가고 증세는 최후에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재정을 근본적인 대책 없이 해결해나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정부의 씀씀이가 벌이를 초과하는 적자재정 상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도 2015~2019년까지 앞으로 5년 동안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보면 계획과 달리 총지출 증가율이 총수입 증가율을 3년 연속 웃돌았다. 총지출(총수입) 증가율은 2012년 6.2%(5.8%), 2013년 4.4%(3.0%), 2014년 3.0%(1.3%)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재정 절감 노력과 함께 중장기적인 세수 기반 확충을 위해 오는 9월 국회에 제출하는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관련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김원식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증세 없는 복지를 강조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겠지만 기존 시스템으로 세수를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모든 분야에서 가능성을 열어 놓고) 근본적인 세수 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