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등 거대 애니메이션 회사의 손이 못 미치는 틈새 시장을 공략한 점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러시아 등지에서의 반응은 저희 조차 예상 못했던 것입니다.”
애니메이션 `엘리시움`의 제작자 권성태 대표는 국내 개봉 전 세계 10여개국으로 수출된 이 애니메이션의 성과에 고무된 무척 모습이었다.
신아투자자문, 한호흥업 등 45억원 내외의 국내 자본이 투입돼 제작된 `엘리시움`은 지난해 러시아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스위스 모로코 태국 프랑스 이스라엘 독일 등에 수출되며 반향을 일으켰다. 러시아에서는 혹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20만 여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이탈리아에서도 계약금(20만 달러) 외 20%의 러닝 개런티를 따로 받는 등 국내 영상물 사상 유래 없는 조건 하에 잇달아 수출됐다.
“수천억의 제작비를 들이는 거대 애니메이션 업체는 여러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가족물`만을 만듭니다. 반면 `엘리시움`은 다분히 소년층을 공략한 로봇 액션물인데 이 점이 유럽 등지에서 호응을 얻은 비결입니다.”
`엘리시움`은 물체의 입체감이 표현되는 3D 방식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흔히 볼 수 있는 `고양이의 보은`풍의 2D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제작 형태다. `엘리시움`은 또한 동물이 아닌 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는데 이와 같은 3D 애니메이션이 등장한 것도 `엘리시움`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감정 표현이 부자연스럽고 다소 차가운 느낌이 드는 등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극장용 3D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세계적으로도 드물기에 이번 작품으로 인해 국제적 신용도를 높인 점 역시 큰 성과입니다.”
처음부터 수출을 겨냥했던 애니메이션 `엘리시움`은 제작을 마친지 일년여가 흐른 지난 주말에서야 국내에서 개봉됐다. 좀처럼 개봉관을 잡기 어려운 국내 애니메이션의 현주소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