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소소한 일상이 영화로…

제2회 올레 스마트폰 영화제<br>채여준 '작전시티' 최고상 아이돌 음악시대 뒤집어 힙합 문화세상 그려<br>개막작품 '봄날의 입맞춤'은 일반인 영상 모아 현장 편집

제2회 스마트폰 영화제 개막작‘봄의 입맞춤’ 편집에 여념이 없는 이준익(왼쪽) 감독. 18일 낮 12시부터 19일 낮 12시까지 일반인들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보내온 영상을 모아 완성했다. /사진제공=olleh 스마트폰 영화제 집행위원회


손 안에서 영화가 만들어진다. 스마트폰으로 제작한 영화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마추어 단편영화 공모전인 '올레(Olleh) 스마트폰 영화제'가 두 해를 맞았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해외 스마트폰 영화를 초청 상영하고 예산도 지난해 보다 약 2억원 가량 늘어나는 등 예년보다 풍성하게 꾸려졌다. 지난 19일 오후 7시,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개막식에서는 총 598편의 작품 중 7개 부문의 수상작이 가려졌다. 일반 부문 골드스마트상은 장주환의'Welcome to Jang´s guest house'가, 영화제 수상자와 영화 전공자가 출품한 전문 부문 골드스마트상은 김경래의 '위로'로 결정됐다. 수상작의 면면이 어떠한지 들여다봤다.

◇영화 문법 답습 NO! '멋대로'찍은 작품을 원한다


'제2회 올레(Olleh) 스마트폰 영화제'최고상(플래티넘스마트)의 영예는 채여준(30)의 '작전시티'가 차지했다. 언더 힙합 뮤지션(니오 크루세이더스)으로 10여 년간 활동한 그는 아이돌 음악이 판 치는 지금의 세상을 과감히 뒤집어 바라본다. 아이돌 음악이 사라지고 힙합이 대한민국의 문화를 독점하고 있는 시대를 가정해 마지막 남은 문화 자유도시 '작전시티'를 구하기 위해 킹(왕)과 랩배틀을 벌인다는 기발한 내용을 표현했다. 온몸으로 수상의 기쁨을 표현한 채연석 감독은 2,000만원의 상금으로 무엇을 하겠냐는 질문에 "다음 영화를 준비하겠다"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지만 우리 주변의 소외 받고 조명 받지 못하는 부분을 담아내고 싶다"고 당찬 수상 소감을 밝혔다.

'작전시티'외에도 참신한 시각으로 수상자에 이름을 올린 6개의 작품(일반3개·전문3개)이 있다. 단편 일반 부문 실버스마트상을 받은 '내마음의 택배'는 불황속에 서울 어디에선가 맞벌이를 하는 결혼 5년 차 부부의 권태로운 일상과 그들의 마음을 솔직하게 담았다. 서로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는 연인의 모습을 통해 사랑이란 이름에 감춰진 이면을 표현한'롤러코스터'는 전문부문 브론즈스마트상을 받았다.


이번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은 "줄거리 위주의 영화 등 기존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영화 문법을 따라 하는 작품이 적잖았다"며 "이 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화이니만큼 생활밀착형의 소재를 다루거나 형식적으로 '멋대로'인 작품에 끌렸다"고 심사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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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도 영화가 될 수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 단연 돋보이는 부분은 개막작 '봄날의 입맞춤'. 개막 전날인 18일 낮 12시부터 19일 낮12시까지 일반인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보내온 영상을 모아 개막식 현장에서 편집, 완성해 상영한 것이다. 이준익 감독(집행위원장)이 총괄 연출, 심사위원 봉만대 감독이 조연출을 맡았고, 방준석 음악감독이 음악을 입혔다. 일종의 한국판 '라이프 인 어 데이'(2011)인 셈이다.

'봄날의 입맞춤'에는 연인들의 키스, 자신의 밥벌이 수단이자 천직인 운전대에 입맞춤을 하는 버스운전기사, 이 세상 모든 걸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랑하는 아들 그리고 그에게 건네는 엄마의 진한 입맞춤, 봄 내음이 조금씩 번질 때 집 앞 뜰에 고사리 손으로 꽃을 심으며 봄날과 수줍은 키스를 나누는 꼬마 아이 등 사랑을 담은 그들의 따뜻한 입맞춤이 담겨 있다. 서투른 앵글, 흔들리는 화면일지라도 별 것 아닌 소소한 일상, 그곳에 담긴 희로애락과 삶의 '순간'이 모여 한 편의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목이다.

송정희 KT 부사장은 "이제는 'C세대(Contents세대)'다. 스마트폰이 단순히 전화를 받는 기계가 아니라 이것을 통해 감성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게 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이라며 "본선진출작과 7편의 수상작을 보니 이 같은 부분이 조금씩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자평 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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