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재를 수혈하는 것이 (경영에서)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인재등용 담론인 `천재론`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CEO육성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 중견 그룹인 동부그룹의 김준기 회장이 `수혈론`을 주창해 눈길을 끌고있다.
김 회장은 최근 열린 하계 임원세미나에서 ”CEO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능력 있는 사람을 확보하고 키우는 일”이라며 “우수인력의 수혈과 양성이 경영혁신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대물림 총수`인 이건희 회장이나 구본무 회장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자수성가형 총수`. 따라서 그의 철학은 선대 총수의 영향이 전혀 없이 고스란히 체험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김 회장은 약관 24세였던 지난 69년 미륭건설을 창업했으며, 72년 이후 중동의 뜨거운 모래바람을 마주하면서 현재 재계 11위의 동부그룹을 일궈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한 김 회장에게 창업공신이 있을 리 없고, 기존의 인재 풀 역시 전무했었다”며 “이 때문에 오히려 외부의 인력을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는 기업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의 `수혈론`이 창조한 대표적 `인재`는 지금 동부그룹을 이끌고 있는 트로이카인 한신혁 제조담당 부회장, 장기제 금융담당 부회장, 이명환 ㈜동부 부회장 등이다.
한 부회장은 72년 중동특수 때 산업은행에서 수혈됐고, 한국은행 출신인 장 부회장은 97년 김 회장의 부름을 받았다. 삼성그룹 출신인 이명환 부회장은 가장 최근인 2001년 동부의 새 식구가 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은 마음에 드는 인재라면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며 “그 모습은 제갈공명을 세 번이나 찾았던 유비의 `삼고초려`를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