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가 공식 발표되면서 금융회사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당장 일부 은행들은 대출 확대가 자산 건전성에 흠집을 낼 수 있다며 금리체계를 손본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세웠다. 사실상 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이다.
특히 이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점점 무르익고 있는 대출 금리 인하에 대비한 선제 포석 성격도 띤다.
신협·새마을금고 등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리가 싼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릴 개연성이 커 대출 자산이 줄어들고 질도 나빠질 공산이 농후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예상대로라면 대출 수요 감소로 예금 금리의 연쇄 인하도 예상된다. 자칫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이번 규제 완화가 서민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순기능보다는 가계 부채 확대, 은행과 2금융권 간의 역량 차이만 벌려 놓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고개를 드는 실정이다.
◇은행들 "이참에 금리 올릴까"=담보인정비율(LTV)이 10%포인트 완화됐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지역에 관계없이 60%로 결정되면서 은행은 자산운용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그럼에도 무작정 대출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은행들은 밝힌다. 리스크 관리에 신경 쓰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당국도 가계 대출 억제라는 노선에 변화가 없는 상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러 시나리오를 상정해놓고 있다.
대출 갈아타기와 신규 수요로 대출이 일정 부분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건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낚을 방안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만큼 만약 대출 수요가 지나치게 증가한다면 금리를 상향 조정하는 방향으로 금리체계 전반을 손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반기에 금리를 크게 낮춘 고정금리대출 상품을 많이 팔아 순이자마진(NIM)이 나빠지고 있고 기준금리마저 내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더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번 규제 완화가 수익성 악화로 고전 중인 은행으로 하여금 금리 체계를 상향 조정하게 만드는 빌미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대출 상품의 포트폴리오 조정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형은행 리테일 담당 임원은 "상반기 3% 초반까지 떨어졌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5~3.7%까지 올랐지만 기준금리 향방이나 대출 규제 등으로 여전히 역마진 부담을 떨치기 어렵다"며 "하반기에는 신용대출 영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그간 외면했던 적격대출 상품도 적극적으로 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협 등 2금융 "자산 질(質) 하락에 수신금리도 내릴 판"=주택담보대출 금액이 55조5,000억원(5월 말 기준)이나 되는 상호금융업계에는 벌써부터 한숨 소리가 들린다.
대출 금리가 은행보다 4~5% 높아 고객 이탈이 불가피한 탓이다. LTV의 경우 85%에서 70%로 오히려 규제가 강화된 것도 부담이다.
전체 대출의 40%를 주택담보대출로 채우고 있는 새마을금고도 마찬가지 고민에 빠졌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은행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대출 총액이 증가해 고객 이탈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이 경우 대출자산의 질이 떨어져 대출금리가 오르고 돈을 끌어모아도 대출할 곳이 적어 수신 금리를 낮춰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은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낫다. 대출잔액 28조원(3월 말 기준) 가운데 1조원 정도가 주택담보대출로 비율이 높지 않다.
하지만 업황이 날로 어려워지는 판국이라 작은 악재에도 크게 휘둘릴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금융에 대해서는 대출 여지를 줄여놓았다는 볼멘소리도 터져나온다.
상호금융사의 한 관계자는 "관계형 금융을 강화하고 대출의 질적 구조를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은행에만 당근을 안겼다"며 "2금융은 뭘 먹고 살라는 얘기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일각에서는 2금융에서 은행으로의 고객 이동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시중은행 실무자는 "그간 서민금융상품·대환상품·소액신용대출 등을 많이 운용했지만 제2금융권에서의 고객 유입은 별로 없었다"며 "은행과 고객 성격이 판이해 제2금융권 타격이 예상보다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