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사격훈련으로 서해 5도 인근 해상에서 통제됐던 꽃게잡이 조업도 이날 재개됐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 여파로 출항한 어선 수는 예년보다 많지 않았다. 인천해경의 한 관계자는 "백령도 어선만 오전8시께 출항했고 나머지 서해 5도 지역 어선은 오전 일찍부터 정상 조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6시30분께부터 연평도 17척, 소청·대청도 17척, 백령도 9척, 서해 특정 해역 41척 등 총 84척의 어선이 조업을 위해 출항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천과 서해 5도를 잇는 여객선 운항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인천∼백령 항로 여객선 하모니플라워호(2,071톤급)는 승객 384명을 태우고 이날 오전8시50분 인천 연안부두를 떠나 백령도로 향했다. 선박 점검으로 휴항했던 씨호프호(350톤급)도 이날 오후부터 운항을 재개했다. 인천∼연평 항로 플라잉카페리호(500톤급) 역시 오후1시 연안부두에서 연평도로 출항했다. 대피소에서 하루를 지낸 서해 5도 학생 500명도 정상 등교했다.
그렇다고 전날의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연평도 주민들에게는 이 같은 긴장감도 이제는 일상이 된 듯하다. 연평도에서 12년째 살고 있는 강희자(40)씨는 "다들 무덤덤한 척을 하는 것"이라며 "사실은 어젯밤 한숨도 못 잤다"고 토로했다. 강씨는 혹시 북한의 도발로 확전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아이들 속옷이며 구급약까지 챙기는 등 장기간 대피를 준비했다고 한다. 강씨는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 당시 일곱살과 다섯살이었던 두 아이들이 전날 또다시 대피소로 가면서 불안해 하는 것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더라"며 안타까워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연평·백령도 주민들의 대피속도도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한다. 전날 북한이 NLL 인근 해상에서 사격훈련을 실시하자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해 5도 주민과 학생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해병대원과 면사무소 직원들의 통제에 따라 집 주변 대피소로 이동하는 등 침착함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성만 연평면장은 연평도 현장을 찾은 기자들과 만나 "주민들이 경보·대피방송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여서 단시간에 대피가 이뤄졌다"며 "12시30분께 대피방송이 나간 후 633명이 7개 대피호로 이동하는 데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피시설도 넉넉하고 잘 정비돼 있다. 정부는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을 계기로 주민대피시설을 확충, 지난해 6월까지 서해5도에 대피시설 42곳을 추가로 확보했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연평도 포격도발 후 평상시 주민이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장기체류형 대피시설 확충에 나섰고 백령면 26곳 등 42곳을 새로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해5도 주민대피시설은 153곳 1만6,986㎡로 늘어나 소요면적 대비 125%를 확보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 지시로 이뤄진 점검에서 서해5도 일부 지역에서는 대피방송이 들리지 않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달까지 경보 시스템 보완을 마쳤다. 이에 따라 지난달 31일 북한의 해상사격도발 당시 연평도 주민들은 오전10시30분 경고방송과 12시30분 대피방송에 따라 주변 7개 대피호와 학교 주변 대피호로 신속하게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평도 주민대피시설 긴급 현장점검에 나선 이경옥 안행부 제2차관은 "지난해 11월 경보시설 점검 후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에 대해 지난달 말까지 보완을 마쳤다"며 "이번 해상사격도발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철저히 대피시설과 체계를 점검하고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신속히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