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시장을 움직이는 우먼파워] <4> 진화하는 여성 마케팅

이벤트는 톡톡 튀게… 서비스는 세심하게… 핑크빛 구애 뜨겁다<br>취향·디자인 강조 대신 스토리텔링 접근으로 감수성 사로잡아<br>여성전용 주유소·임산부 카운터 운영등 편의제공 사례도 늘어



"다~ 줄거야. 내 남은 모든 사랑을~." 지난 5월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결혼식에 가수 이승기가 등장해 축가를 부르자 놀란 하객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 하객들은 "최고 훈남 가수가 축가를 불러주다니 신부가 너무 부럽다"며 연신 탄성을 보냈다. 이날 이승기의 축가 선물을 받은 주인공은 삼성전자가 실시한 '지펠과 함께하는 승기의 달콤한 결혼 축가' 이벤트에 당첨된 신부였다. 다른 사람과는 다른 '나만의 결혼식'을 꿈꾸는 예비신부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한 삼성전자가 삼성 지펠 냉장고의 모델인 이승기가 직접 축가를 불러주는 이벤트를 진행한 것. 전자제품 이벤트로는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1만6,690대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올해 상반기 최대 히트작으로 꼽힌다. 막강한 구매력을 지닌 여성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마케팅이 한층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여성 취향의 디자인이나 성능을 강조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여성만의 고유한 특성에 맞춘 이벤트나 상품 기획에 나서고 있는 것. 이승기 이벤트 역시 남성이 '팩트'에 관심을 갖는 데 반해 여성은 사회적 인정이나 스토리텔링, 배려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착안한 마케팅이다. 지펠 냉장고를 이용하면 훈남 톱 탤런트의 축가처럼 나만을 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 여성 고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뉴 모닝' 역시 여성만을 위한 스토리텔링으로 경쟁차종의 추격을 뿌리쳤다. 동시에 내보낸 5편의 광고 중 선루프 편은 기아차가 어떻게 여성의 마음을 읽어 냈는지 한발 더 나아간 여성 마케팅의 진수를 보여준다. 뉴 모닝 선루프 광고의 카피는 '연인에게 보여주세요'다. 선루프를 차 내부로 시원한 바람을 들이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남자들에게 선루프를 열고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는 여성의 감수성이 있을 리 없다. 서춘관 기아차 이사는 "여성은 아무래도 남자와 차이가 있다"며 "제조사 입장에서는 메커니즘보다 감성적인 측면을 생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형적인 여성상품인 냉장고 구매기준은 디자인ㆍ가격 등이다. 하지만 '여성을 위한 스마트'를 앞세워 수납공간의 편리성을 앞세운 삼성전자의 그랑데스타일 840 냉장고 역시 여성 특유의 감성을 자극, 여성 고객들의 구매준거를 바꿔놓았다. 강태영 제일기획 캠페인14팀 팀장은 "(수납공간에 초점을 맞춰) 3개월 캠페인을 하고 나니까 주부들이 한번도 거론하지 않았던 내부 수납공간 이야기를 하게 됐다"며 "짜증나는 공간인 냉장고 내부구조를 바꾼 점을 강조해 여성을 배려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린 게 효과를 봤다"고 분석했다. 여성 고객들은 과거 가족이나 연인의 취향에 맞춰 수동적인 구매 행태를 보여왔다. 그러나 구매력이 높은 20ㆍ30대 여성들일수록 자신만을 위한 소비를 하는 뚜렷한 특성을 보인다는 게 마케팅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특히 결혼이 늦어지고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이 같은 여성 고객의 저변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맞춰 이들을 겨냥해 여성의 본질이나 성향을 간파한 마케팅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하나투어가 선보인 해외여행을 즐기는 여성들을 위한 '여행(女幸)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나투어는 기획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의 65%가 여성이라는 점을 반영해 온천, 스파, 마사지, 쇼핑, 현지 특식 등 여성이 선호하는 일정만으로 꾸민 여행 패키지를 마련했다. 이 덕분에 하나투어는 '여성 소비자가 뽑은 좋은 기업 대상'을 5년 연속 수상했다. 여성이 불편해하는 점을 찾아내 이를 해결하는 세심하고 배려 깊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여성 고객을 확보하는 마케팅 사례도 늘고 있다. SK에너지는 '주유소는 칙칙하다'는 이미지를 탈피한 여성 전용 주유소 '엔느'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역명을 따 주유소 이름을 만드는 것과 달리 '여성'을 뜻하는 프랑스어 접미사 '엔느(Enne)'를 이름으로 붙인 것. 외관도 여성이 선호하는 보라색과 깔끔한 이미지의 흰색을 조합해 감각적으로 디자인했다. 투명유리창으로 꾸민 고객쉼터에서는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네일케어ㆍ요리강좌 등을 개최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어린 자녀와 함께 탑승하는 여성 고객과 임신부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해피 맘(HappyMom) 서비스'와 '프리 맘(PreMom) 서비스'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에게는 전용 카운터를 배정해 체크인 대기시간을 줄이고 항공기 탑승도 먼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해피 맘 서비스를 시작한 후 유아 동반 승객이 4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여성 소비자들은 톡톡 튀는 이벤트에 구매결정을 하거나 세심한 서비스에 감동하는 경향이 높다"면서 "여성의 마음을 잘 파악해 감성마케팅을 펼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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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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