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9일 발표한 「제조업 자본비용 추이 및 주요국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제조업의 자본비용이 선진국의 2∼3배에 달하는 등 너무 높아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 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국내 제조업의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자본비용은 6%대. 96년 이후 이 수준에서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90∼91년중 일시적으로 1%대까지 낮아진 이후 92년부터 3%대로 높아져다가 96년부터 껑충 뛰어올랐다.
◇자본비용 추이= 기업이 자본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불한 비용을 자본비용이라고 한다. 외부 차입비용과 주식발행 등을 통한 자본조달비용을 자 본비율로 가중평균한 수치다. 쉽게 말해 빌린돈과 자기돈(내부 유보, 주식발행)의 비율이다. 이 수치는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 자본비용의 상승은 투자위축, 제품가격 인상압력 등을 초래해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국내제조업의 명목자본비율은 10.92%. 전년의 8.57%보다 크게 올랐다. 외환위기 영향 때문. 그러나 올들어 경기회복과 사상 최저수준의 금리, 주가급등으로 6.53%로 떨어졌다. 이는 사상 최저수준이다.
하지만 실질자본비용은 「최저 수준」이 아니다. 실질자본비용은 명목자본비용에 물가상승분을 고려해 산출된다. 실질자본비용은 90년대초 1%대로 떨어진후 92~95년중 3%대, 96년 이후 6%대에서 형성되고 있다. 기업의 금융부담이 90년 이후 계속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쟁력이 떨어진다= 문제는 절대 수준이 아니라 다른 바라들과의 격차. 90~94년까지만 해도 국내제조업의 실질자본비용은 평균 2.55%로 독일(1.63%), 일본(1.85%) 보다 높았을 뿐 미국(4.28%), 대만(3.38%)에 비해서는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96년을 기점으로 미국, 대만 등의 실질자본비용이 크게 낮아진 반면 우리는 반대로 올라 경쟁 우위가 역전되고 날이 갈수록 차이도 벌어지고 있다. 금융비용 면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 여건이 주요국 기업들보다 불리해진 것이다.
◇왜 나빠졌나= 기업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고금리를 물어가면서도 투자를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투자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로 차입경영에 몰두한 결과 자본비용이 악화된 것이다.
가뜩이나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이 차입경영에 매달리고 경영투명성도 떨어져 기업위험과 자본비용 급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된 셈이다. 금융기관, 감독기관 등의 감시도 미흡했다.
저축률이 주요국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데도 투자율이 워낙 높아 국내 자본이 모자라 외자를 대규모로 조달한 것도 악화 요인.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나라일수록 투자위험도가 높아 자본비용도 상승하는데 경제성장률, 가상승률, 시장금리, 환율 등 주요 지표의 변동성이 주요국보다 훨씬 높았다. 불안정성이 자본비용을 올린 것이다.
◇시사점= 금리가 한자릿수로 들어선지 오래인데도 주요국과 실질자본비용 격차가 확대된다는 점은 경쟁력 회복이 요원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한은은 자본비용을 감축하고 기업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최우선의 과제를 안정성장기반으로 꼽았다. 경제주체들의 양적 팽창에 대한 기대를 불식하고 금리, 주가, 환율 등 가격 변수들의 변동성을 줄여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자는 것. 한은은 수익성 중심의 투자와 기업구조정의 적극 추진, 선진국수준으로의 재무구조 개선, 금융기관을 통해 기업감시 실효성 제고 등도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권홍우기자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