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청약 땐 대박 상장 후 쪽박… 공모주의 두 얼굴

경쟁률 수백대 일 보였어도 대부분 시초가 한참 밑돌아<br>기관 물량 털고 빠져나가 주가 불안한 흐름 지속 예상


올해 상장한 공모주들이 상장 후 흥행에 실패하며 시초가를 밑도는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관들이 낮은 공모가에 나온 새내기주들의 물량을 털어내고 빠져나가기 때문에 앞으로도 주가가 불안정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달 상장한 아이센스는 8일 전거래일보다 1.00%(2500원) 오른 2만5,1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상장 당시 시초가(2만9,200원)을 한참 밑돌고 있다. 아이센스는 지난달 실시한 공모주청약에서 최종경쟁률 714대1, 청약증거금이 1조2,218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6월 이후 처음 1조원을 넘은 흥행대박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이날 상승마감한 포티스(0.78%)도 청약경쟁률이 834대1에 달한데다 상장 첫날 공모가(3,900원)보다 46% 이상 오른 5,70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지만 이후 급락한 후 지지부진한 주가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관수요예측에서 308대1의 경쟁률을 보였던 아이원스도 시초가 대비 약세흐름(-2.31%)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상장한 4개 공모주 가운데 공모가와 시초가를 모두 웃도는 종목은 흥행성적이 저조했던 우리이앤엘(-0.78%)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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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들이 이 같이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는 흥행몰이를 하고 상장 후에는 찬밥신세로 전락하는 것은 기관의 차익매물 때문이다. 지난해와 올해 초 포스코특수강과 삼목강업 등 큰 기업들이 기관의 외면으로 상장을 철회하면서 중소 공모주들이 잇따라 희망공모가를 낮게 잡았다. 기관이 경쟁업체보다 낮은 공모가를 책정한 공모주들의 물량을 사들여 상장 첫날 대규모 매물을 쏟아부어 차익을 남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실제로 기관은 아이센스가 상장한 지난달 30일 16만1,312주를 매도했고 포티스도 상장 첫날부터 7거래일 연속 39만8,611주를 내다팔았다. 또 아이원스를 상장 첫날 135만1,710주, 우리이앤엘은 162만4,647주를 순매도하며 새내기주들의 물량을 처분했다. 최순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상장한 기업 가운데 포티스와 아이원스는 공모금액과 주식수가 적은데다 희망공모가도 낮아 청약경쟁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며 “기관들은 시장보다 낮은 공모가격에 물량을 받아 첫날 물량을 털어내 차익을 얻는 방법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원상필 동양증권 연구원도 “기관들은 공모주들의 물량을 사들여 1%라도 이익이 남으면 처분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올해 상장한 4개의 공모주들은 기관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가져갈 만큼 전방산업이나 업황이 호조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네 개 공모주들 가운데 시가총액이 적은 포티스와 아이원스는 개인들 위주로 수급이 이뤄지며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아이센스와 우리이앤엘은 시가총액이 1,000억원을 넘어서기 때문에 업황개선이 이뤄지면 기관들의 매수가 다시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이다. 원상필 연구원은 “포티스는 시가총액이 250억원 가량에 불과하고 아이원스도 430억원가량에 불과해 액티브펀드 등에 담길 가능성이 없어 앞으로 기관의 물량이 쏟아지며 주가가 불안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이앤엘(1,610억원)과 아이센스(2,250억원)는 시가총액이 1,000억원 이상이라 좋은 실적을 보여준다면 펀드 등에 편입될 수 있어 기관의 수급이 돌아올 여지는 있다”고 평가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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