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에너지 소비구조 대혁신 시급/작년 230억불 수입… 무역적자 악화 요인/소비자 의식 제고·절약 기술개발 등 유발/기업·가계서 유류비용 비중낮아 물가 등 영향 적어연초부터 휘발유를 비롯한 석유류가격 인상이 잇따라 진행되면서 앞으로 에너지소비의 절약을 위해 석유류뿐 아니라 전기·LNG 등 모든 에너지가격을 현재보다 대폭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급속한 에너지가격 인상은 서민생활에 부담을 늘리게 되며 산업 전반에 걸쳐 생산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 연쇄적인 물가상승을 부르는 한편 인상폭 만큼 에너지절약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에너지가격 조정을 둘러싼 갑론을박을 전문가 기고를 통해 정리한다.<편집자주>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더욱 커진 무역수지 적자, 바닥을 예측하기 어려운 주가 폭락, 그리고 국제원유가 상승 등은 국가경제는 물론 서민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에너지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율을 크게 앞지르고 있고 에너지수입액이 96년도에 2백30억달러를 기록하여 무역수지 역조에 크게 기여하고 말았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발전과 국민소득 향상으로 인한 자연적인 에너지소비 증가도 한 요인이 되겠으나 그간 정책적으로 유지되어온 저에너지가격이 에너지 절약의식을 저하시키면서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구조를 조성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세계화·개방화시대에 지구촌 경쟁에서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국민경제의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해소가 선결과제인데 에너지다소비형 사회구조야 말로 고비용·저효율의 주요한 요인이므로 에너지저소비형 사회로의 전환이 하루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1990∼1995년 기간중 총 에너지소비량은 연평균 10.1% 증가하여 동기간중 경제성장율 7.5%를 크게 상회하고 선진국의 에너지소비증가율(미국 1.4%, 일본 2.7%, 프랑스 1.3%)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또 에너지소비의 GDP 원단위도 95년 0.41TOE/천달러(90년 불변가격)로서 일본의 0.15, 프랑스의 0.19, 독일의 0.2보다 2∼3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올해에 OECD에 가입하므로서 선진국 대열에 오르게 되었고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에너지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공급이 필요불가결하나, 공급시설 확충을 위한 막대한 투자자금 조달과 건설입지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더우기 우리나라는 에너지공급량의 90% 이상이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어 화석연료의 연소로 배출되는 CO2,질소화합물, 황화합물 등은 지구온난화, 산성비 등의 주요 요인으로 심각한 환경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에너지소비의 효율성을 제고하면서 에너지절약을 추진할 수 있는 정책도구는 가격정책, 규제정책, 지원정책, 교육 및 홍보정책으로 구분된다. 그중 가격정책은 매우 중요하여 석유가격의 경우 도입 및 이용에 따른 위험요인, 환경오염 등 외부 비용을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하여 적정한 가격수준을 유지하여야 한다. 또 전력가격은 장기한계비용과 에너지소비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등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여 단계적으로 현실화시킬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76배 증가한 반면 석유제품가격및 전기요금 지수는 각각 0.70, 0.82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우리나라의 에너지가격을 외국과 비교해 볼 때 전력의 경우는 일본의 2.37배, 영국의 1.21배, 프랑스의 1.23배 낮고 휘발유의 경우는 일본의 1.07배, 프랑스의 1.33배 낮은 수준이다. 이와같은 저에너지 가격구조에서는 에너지절약을 위한 투자를 유도하기 매우 어렵게 된다. 따라서 기업은 에너지절약시설의 도입 또는 에너지설비의 적기 교체를 기피하거나 미루게 되고 일반 소비자는 에너지절약형 기기 구입보다는 제품의 기능과 외형을 구매의 선택기준으로 삼으려 하게 된다.
이러한 여건을 고려해 볼 때 향후 우리나라의 에너지가격은 상향 조정되어야 한다. 물론 에너지가격 인상이 곧 에너지절약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에너지가격 인상으로 에너지 소비효율성이 높아지고 에너지 낭비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 기업은 단기적으로 에너지비용 부담이 증가될 수 있으나 제품의 생산원가에서 에너지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석유화학 등 일부 산업부문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산업에서 3% 내외로 나타나고 가계소득에서 에너지비용이 차지하는 비용도 5% 내외로 나타나고 있어 기업이나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고에너지 가격정책이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역행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것은 매우 단견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에너지비용을 줄이거나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투입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에너지원단위 개선은 절약투자를 유발하게 되는 데 이 투자는 투자비 회수기간이 짧게 되어 오히려 투자가치가 상승하게 된다.또한 에너지절약기술을 습득하게 되어 중장기적으로는 원가절감과 함께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게 된다.지금까지 국내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산업용 에너지의가격 차등화로 과연 얼마만큼의 가격경쟁력이 제고되었는지 반문하게 된다.
에너지절약은 에너지절약설비 도입, 공정개선 그리고 에너지사용기기의 운전방법 개선 등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금투자가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그러나 기업이나 가정에서 에너지절약을 위한 투자를 기대하기는 저에너지가격체제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에너지가격 인상은 세금부과를 통해 이루어지겠으나 이러한 세금수입이 반드시 에너지절약 투자자금 확보에 쓰여지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서민생활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고효율기기의 구입 및 설치에 따른 투자비의 일부를 지원해 주도록 하여야 한다.
고에너지 가격구조를 통해 예상되는 효과는 많다. 먼저 에너지 절약의식이 제고되며 에너지개발및 소비증대로 인한 환경파괴를 최소화시킨다. 또 기업 및 개인으로 하여금 에너지절약을 위한 투자유인책이 된다. 이와함께 에너지절약기술 개발과 에너지절약기기의 보급 확대를 촉진시키며 에너지수입액 증가율을 둔화시켜 단계적으로 무역수지 개선에도 기여한다.
◎김종덕/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약력
▲51년생
▲뉴사우스웨일즈대 산업공학사·공학박사
▲에너지경제연 정책연구팀장
◎반대/기업생산 고비용구조 부채질/휘발유 작년 34% 올라… 물가상승률 8배/수지개선효과 의문 국민에 부담 전가만/정유사 적자 누적 자유화따른 값인하 기대못해
새해초 부터 고유가 바람이 거세다.
1리터에 8백15원선이다. 이는 미국(2백72원), 일본(7백44원)을 크게 앞질르는 것이다. 기름값에서는 선진국 대열에 올라 섰다.
고유가정책은 사실 작년부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다. 각종 유류세 인상조치로 작년 한해동안 휘발유 가격은 무려 34.4%나 인상되었다. 소비자 물가상승율인 4.5%의 8배에 달하는 것이다.
경유나 등유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올들어 시행에 나선 유가자율화 조치로 정부가 더 이상 유가결정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천명하고 있어 산업계와 국민들은 유가정책에 대해 적잖이 불안해 하고 있다.
유가인상의 내역을 살펴보면 유가상승의 근본원인이 유가결정 메카니즘이나 유류수급의 변화보다 사실상 정부에 의한 외생충격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유류에 대한 특소세 및 교통세가 대폭 올랐고 여기에 기존의 교육세 및 부가세가 꼬박꼬박 부가된 결과다.
정부는 유가인상으로 단기적으로 산업계와 국민들의 에너비소비를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소비구조자체를 바꾸는 구조조정 효과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세금을 사회간접자본 투자재원으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보다 국제수지방어를 위한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이미 2백억달러를 넘어선 국제수지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수입자체를 줄이려는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계획하는 대로 고유가정책이 단기간에 에너지소비를 줄이고 무역수지 개선에 기여할지는 의문이다. 그 이유는 정부가 추진해 온 유가인상이 너무 빠르고 큰 폭으로 진행되고 있어 에너지소비 주체들이 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에너지소비의 대체탄력성은 매우 낮다. 따라서 인상된 가격에서도 대부분의 산업용 시설이나 소비용 내구재들을 단기간에 교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국 높은 유류가격은 산업계나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기 마련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현수준보다 유가를 더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고물류, 고임금, 고지가, 고금리 등 고비용구조에 휘청거리는 우리경제에 고유가까지 겹치면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격이 아닐 수 없다.
에너지는 단순히 소비성 상품이 아니다. 에너지비용은 원가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유가인상은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다.
무역수지를 개선시키기 보다 개악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두차례에 걸쳐 오일쇼크가 닥쳤을 때 우리는 물가불안과 경기침체의 고통을 동시에 경험했다.
결국 급진적으로 추진되는 고유가정책도 에너지소비자들이 미처 합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오히려 부작용만 확대시키게 된다. 따라서 고유가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앞서 이러한 이해득실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편 유가정책 대전환의 또다른 축은 새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유가자유화 조치이다. 정부가 도입원가에 연동시켜 결정해 온 유가를 정유업체가 경쟁을 통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정유업이 거대한 장치산업이고 국제원유가의 변동폭이 심한 산업특성을 들어 정부는 석유사업법을 근거로 가격을 사실상 관리해왔다.
그러나 시장개방 등 경제여건이 변화하고 있고 시장원리와 자유경쟁이 최선의 성과를 가져다 준다는 전제하에 정부도 더이상 유류가격결정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천명하였다. 과거 주유소의 서비스경쟁으로 경쟁의 재미를 느꼈던 소비자들은 이번에도 경쟁이 시작되면 가격이 대폭 인하되거나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을 기대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유가자유화 이전부터 사실상 치열한 경쟁상태에 돌입한 상태다. 주유소확보를 둘러싼 영업경쟁 등 이른바 비가격경쟁이 가격경쟁을 대신한 것뿐이다.
그 결과 95년말 현재 국내정유사들이 외상매출금, 대여금 등으로 주유소에 깔아놓은 유통자금이 모두 5조6천6백35억원에 이르고 있다.
치열한 비가격경쟁을 겪으면서 정유업계의 이윤은 대부분 소진되어 정유사들의 손익은 93년 흑자이후 94년, 95년 계속 수백억원씩 적자를 내고 있다.
이런 시장여건을 감안하면 유가자유화가 시행되더라도 당분간은 유가의 변동요인은 크지 않아 보인다. 또 이번 자유화조치는 사실상 형식만 갖춘 반쪽짜리다.
이 제도가 정착돼 가격 및 비가격부문에서 완전히 경쟁을 하기 까지는 상당시일이 걸릴 것이다. 정부의 규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통상산업부는 유가사전보고제를 신설하여 여전히 가격결정에 개입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과당경쟁과 불공정거래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새롭게 간섭할 태세다. 업계로 보면 반쪽의 가격자유화때문에 시어머니만 한사람 더 늘어난 셈이다.
◎이재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실장
□약력
▲61년 부산생
▲미국 텍사스A&M대 경제학 박사(산업조직, 미시경제)
▲국토개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