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韓中 FTA와 한국의 선택


자유무역은 교역국 간 경제적 효익을 총량으로 높일 수 있다. 다만 산업 경쟁력에 차이가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상 문제가 필연적으로 대두된다. 이 점에서 자유무역을 독려하는 국가 간 협정은 경제적이면서도 정치적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지난 16년간 체결된 회원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은 271건에 이른다. 153개 회원국이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보장하도록 국제 조정기구까지 세워놓고도 회원국 간 '짬짜미 공간'을 따로 마련해온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한미FTA, 對中 의존도 못낮춰 추가 자유무역 프로그램인 도하라운드(DDA)가 10여년째 공전 중인 사실을 떠올려보자. DDA 는 매우 복잡한 셈법을 필요로 해 그 이득을 자국민에게 설득하기 쉽지 않음을 알게 됐다. 반면 조건이 맞는 상대와의 즉석 협상은 국익이나 국내 정치적 이익을 챙기기에 유리하다. 이 점에서도 회원국 간 FTA는 경제적이면서 또 정치적이다. 앞의 조건에 DDA에서는 전혀 도모해볼 수 없는 지정학적 변수 등이 포함된다면 FTA의 기대효과는 한층 커질 것이다. 지난 2000년대 초 한국과 일본의 대중(對中) 직접투자가 크게 늘면서 동북아 분업구조는 미국ㆍ유럽시장을 최종 목적지로 하는 세계의 공장 형태를 띠게 됐다. 이 분업구조 형성을 도운 결정적 계기가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이다. 중국은 이후 뛰어난 원가경쟁력과 13억 인구의 시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화교경제권 대부분을 FTA로 묶어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대만 등과의 관세인하 프로그램 등에서 파격적으로 양보하며 체결을 서두른 것은 지역 내 영향력 확대 등 정치외교적 배경을 제외하면 생각하기 어렵다. 중국이 2009년 위안화 무역결제를 허용하면서 이 화교경제 블록은 어느덧 위안화 무역 블록으로 격상되는 추세다. 한중 FTA는 중국의 화교경제권 확대를 위한 동진(東進)전략의 핵심이다. 다만 그간의 FTA 대상과 비교할 수 없는 경제규모와 산업 경쟁력을 한국이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한중 FTA는 중국에도 부담이 적잖다. 한국 정부의 시간 끌기에 가까운 행보를 중국이 묵인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태평양 전략은 바다 건너 아시아에 굳건한 전략거점을 마련하는 데서 출발한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추진했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회원국 내 경제력 차이와 복잡한 이해가 얽혀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한미 FTA는 이 점에서 미국 서진(西進)전략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이 지역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반면, 경제적으로는 대중 의존성을 급속히 높였다는 점이다. 한국의 대미 수출비중은 한때 50%를 넘었지만 대중 수출의존도는 지난해 그 절반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과도한 의존성이 거론되는 것은 미중 패권다툼이 한반도 갈등을 고리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中 비관세장벽 넘을 해법 찾자 그렇다면 한미 FTA가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분산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탄탄하게 굳어진 한중 분업구조를 볼 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며 중국 경제의 막강한 잠재력 등을 감안할 때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따라서 막연하게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보다 상호의존성을 키우는 방향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이를 위한 효과적 방법은 중국 수출산업이 아닌 내수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한미 FTA는 중국 화교경제권의 동진 욕구를 더욱 자극할 것이다. 한중 FTA에 대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올수록 협상에서 한국의 이익공간은 넓어질 수 있다. 중국은 체제 특성상 비관세장벽이 어느 나라보다 높다. 한중 FTA가 가져올 국익의 상당 부분은 이 장벽을 넘어서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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