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복합직군제 도입… 차별화 유도할듯

■ 진동수 금융위원장 "은행 임금구조 바꿔야"<br>현행 단일직군제론 수익·전문성 제고 힘들어<br>임금삭감땐 勞 반발 불보듯… 개편 쉽잖을듯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국내 은행의 임금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단순히 절대적인 임금 수준을 지목한 것이 아니다. 은행들의 임금 구조와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 접근해 있다. 은행의 전문성과 관계 없이 단일 직군제에 얽매여 모든 직원들의 임금이 획일화돼 있는 시스템을 개혁해 전문성과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성은 떨어지면서 수준은 억대=외환위기 직후 수많은 은행원들이 퇴출됐지만 남은 뱅커들은 그 과실을 톡톡히 나눠가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국내 은행들의 남자 직원 평균 임금은 7,000만~8,000만원을 넘는다. 외국계 은행일수록 높아 론스타가 주인인 외환은행은 9,892만원에 이른다. 이런 점을 감안, 이명박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직후인 2008년 10월 "국민 세금으로 혜택을 받는 은행들이 고임금 구조를 유지한 채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은행들은 이후 개별적으로 5% 안팎의 임금 삭감과 반납에 들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은행의 임금 수준은 생산성을 비교할 때 외국의 일반 상업은행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은행 노조의 반발로 은행들의 절대적인 임금을 건드리는 것은 쉽지 않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가 "과거 A은행에 구체적인 임금 현황을 요구했더니 바로 다음날 노조에서 찾아와 따지더라"고 밝힌 것은 은행들의 '고임금 깨기'가 쉽지 않음을 반증한다. ◇절대적인 임금 낮추기보다 '복합 직군제'로 변화=금융당국도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이때문에 은행원의 임금을 일괄적으로 낮추는 것은 힘들다는 점을 안다. 정부가 임금 낮추기의 전면에 나설 경우 오히려 관치금융이라는 역풍을 불러올 수 있는 탓이다. 진 위원장도 이런 점을 감안, "은행원들의 임금을 일방적으로 낮추자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구조와 체계를 바꾸도록 주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최근 금융연구원 등이 금융위의 용역으로 만든 '금융선진화를 위한 비전 및 정책과제'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지점당 영업이익은 대손상각을 제외하고 2007년 26억9,000만원에서 2008년에는 14억5,000만원으로, 그리고 지난해에는 8억3,000만원으로 다시 줄었다. 보고서는 국내 은행의 수익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얘기하면서 '복합 직군제' 도입을 권고했다. 즉 현행 단일직군제를 폐지하고 전문직과 행정직ㆍ판매직 등 다양한 직군으로 직원들을 전문화하고 여기에 맞춰 임금을 차별화하는 방안이다. 국내 은행에서도 이런 사례가 없지는 않다. 우리은행의 경우 황영기 전 행장 시절 노사 합의 아래 단일 호봉제를 없애고 직군별로 임금을 차별화했다. 직군별 차별화를 통해 생산성과 수익성ㆍ전문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함이다. 다만 이런 방안도 실제 도입까지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비정규직을 제외하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상당수 일반 은행원들에게 임금 삭감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이런 점 때문에 과감하게 나서지 못하는 형편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임금 문제는 설사 구조와 체계를 개편하는 일이라도 사외이사 개편과 달리 정부가 개입하기 힘들다"며 "정부는 개별 은행들이 수익성을 감안해 임금 시스템을 보다 선진화한 형태로 바꾸도록 권고할 수밖에 없다"고 한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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