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넬슨 만델라 타계] 화해로… 용서로… 인종통합 ·민주화 앞장 선 '정의로운 거인'

원주민 부족장 아들로 태어나 변호사 공부중 인종차별 체감<br>아파르트헤이트 대항하다 27년 옥살이 겪고 대통령 당선<br>차별없는 무지개나라 일궈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자신이 속한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을 다 마쳤다면 그는 평안하게 안식을 취할 수 있다. 난 그런 노력을 했다고 믿고 있고 그래서 영원히 잠잘 수 있을 것이다." (1996년, 넬슨 만델라 어록집)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그의 말처럼 이제 평안히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만델라는 남아공 민주화 투쟁의 상징으로서, 첫 흑인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세계적으로 존경과 사랑을 받았지만 그의 일생은 헌신과 희생으로 점철돼 있다.

남아공 트란스케이에서 원주민 부족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만델라에 대한 존칭인 '마디바'는 그가 속한 씨족의 이름이기도 하다. 변호사 공부를 하던 중 날로 악화되는 인종차별을 체감하고 아프리카민족회의(ANC)에 입당했으며 지난 1944년 ANC 소속 청년동맹(ANCYL) 창립을 이끌었다.


흑백분리 제도화를 기치 삼아 세를 불리던 극우 국민당(NP)이 1948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만델라의 투쟁도 본격화된다. NP는 인종 간 주거분리에서 성관계 금지까지 아우르는 야만적 아파르트헤이트 입법에 착수했고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흑인들은 이 같은 폭압에 격렬히 저항했다. 만델라도 비폭력·온건투쟁을 접고 ANC 산하 지하 무장조직인 '민족의 창(움콘토 웨 시즈웨)'를 결성해 사보타주·게릴라전에 돌입한다. 1960년 샤프빌에서 흑인 시위대를 향한 경찰의 무차별 사격으로 여성·어린이를 포함해 69명이 죽고 200여명이 다친 '샤프빌 학살'이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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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망을 피해 민족의 창을 지휘하던 만델라는 결국 주요 지도부와 함께 체포돼 1964년 리보니아 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 받는다. 그의 나이 43세 때였다. 자신을 극좌테러리스트로 몰아가려는 사법부에 맞서 아파르트헤이트의 잔인성과 무장저항의 당위를 피력한 변론으로 남아공 내 인권투쟁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서방세계에도 그의 이름이 깊이 각인됐다. 프랑스 문화부 장관을 지낸 자크 랑은 "리보니아 이후 만델라는 흑인뿐 아니라 모든 복합 인종적 저항세력의 지도자로 등극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감옥에서의 만델라는 국제사회의 응원 속에 그의 위신을 손상시키려는 정부의 음모와 싸워나갔다. 민족의 창의 게릴라전도 격화됐다. 여기에 1976년 1,200여명이 죽거나 다친 소웨토 학생시위 등으로 남아공에 대한 국제제재 수위도 올라갔다.결국 1990년 프레데리크 빌렘 데클레르크 남아공 대통령은 아파르트헤이트 철폐를 약속했고 만델라는 자유의 몸이 됐다. 그의 나이 72세. 체포된 지 27년 만이었다.

이어 1994년 남아공 사상 처음으로 모든 인종이 참여한 자유총선거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된 만델라의 과제는 조국의 극심한 분열을 봉합하는 일이었다. 유색인종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소외된 채 복수심에 들끓었다. 보복을 두려워한 백인 역시 이민을 택하거나 분리독립을 외쳤다. 이에 만델라는 인권운동가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데즈먼드 투투 주교를 위원장으로 삼아 1995년 '진실과 화해위원회(TRC)'를 세운다. TRC는 '인종탄압의 실상을 철저히 규명하되 처벌은 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워 가해자와 피해자 간 용서와 화해의 장을 만들었다. TRC가 피해자 보상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남아공을 통합해 다인종이 어울리는 '무지개의 나라'를 일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델라는 또 흑인들의 생활조건 개선에 힘쓰는 한편 유연한 시장지향 정책으로 남아공 경제를 안정시켰다. 1999년에는 약속대로 대통령에서 물러나 국제사회 원로로서 에이즈 퇴치 등의 운동에 활발히 참여했다. 만델라가 마지막으로 공식 석상에 등장한 것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폐막식 때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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