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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자체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만들어 결제사업에 진출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체 결제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은 고객들의 카드 사용 정보 등을 보유하며 금융업을 한다는 것. 그런데 국내 법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자금융법·여신금융업법 등 관련 법은 정보기술(IT) 기업의 금융업 진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서다.
핫이슈인 카카오의 소액 송금서비스인 '뱅크월렛 카카오'도 진정한 의미의 IT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아니다. 현행 제도가 허용하지 않고 있다 보니 금융결제원의 전자지갑인 '뱅크월렛'을 카카오톡에 연동하는 식이다. 삼성전자의 전자지갑 서비스인 '삼성월렛', 그리고 이통사들의 전자지갑 서비스 등 역시 자체 결제시스템이라기보다는 카드사 등 금융사와의 제휴 상품인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한국판 알리페이(알리바바 자체 결제시스템)를 만들겠다며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알리페이'와는 성격이 다르다. IT 기업의 금융업 진출은 그대로 막는 상황에서 고객정보 공유 등 일부 내용만 바꾼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의 성장세를 두려워하는 것은 자체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를 통해 금융업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어서다. IT 후진국으로 알고 있는 중국에서는 알리바바 같은 IT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금융업 진출이 가능하고 이로 인해 탄생한 것이 '알리페이'다.
금산분리가 명확한 우리나라에서 IT 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덧붙여 보안 등 여러 난제를 해결해야 될 숙제도 있다. 문제는 국내 제도가 IT 기업의 금융업 진출을 막아도 한국 소비자들은 이미 전 세계 IT 기업들이 만들어 놓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첨단 서비스 국내 규제에 발목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애플의 사례를 잊은 것 같다"며 "그렇게 지키려고 했던 제도들이 거대 IT 기업과 그들이 만들어낸 서비스로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고 말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애플의 스마트폰 도입으로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이 한순간에 바보가 된 적이 있었다. 애플의 스마트폰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 국내 IT 기업들은 위치기반의 여러 서비스를 시도했었다. '친구 찾기' '애인 찾기' 등인데 문제는 서비스 상품 심사 단계에서 개인정보 침해를 이유로 불가 판정을 받았다.
흥미로운 것은 이 같은 정부의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이 애플의 스마트폰이 들어 오면서 자연스럽게 무너진 것이다. 스마트폰 서비스의 기반은 위치 정보로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찾으면서 개인정보 틀이 무너진 것이다. 한 전문가는 당시 상황에 대해 "법 위에 애플의 아이폰이 있었다"며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 오니 개인정보 보호고 뭐고 일순간에 깨졌다"고 회상했다. 문제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국내 기업들이 준비했던 위치기반 서비스들은 애플 아이폰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서울시와 철도 사업자들이 지하철 도착시간 정보를 민간에 제공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렇다 보니 지하철 도착시간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앱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아이폰 위치기반 사례 잊지 말아야
지난 2009년에는 당시 김문수 경기 지사가 버스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무료 앱 서비스에 대해 공공정보 무단 사용이라며 서비스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IT가 만들어낸 각종 첨단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사건이다.
사실 국경 없는 IT 세상은 소비자로 하여금 국내에서 법으로 금한 것을 언제든 체험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 한국에서 알리페이를 이용하고 페이스북의 결제수단도 이용 가능하다. 우리 정부가 각종 법규를 들어 금지한 서비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런 소비자들이 늘고 해외 거대 IT 기업의 국내 진출이 가속화되면 지키려고 했던 것이 무의미해진다. 애플 스마트폰의 사례를 잊어서는 안 될 거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