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7월 11일] 과도한 환율개입 위험성도 크다

원ㆍ달러 환율이 장중 1,000원 아래로 떨어지는 등 연일 하락세를 보이며 세자릿수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주 말 1,050원을 넘었던 환율은 나흘새 50원 가까이 떨어졌다. 그제는 무려 27원80전이나 하락하기도 했다. 외환당국이 연일 달러 매물을 쏟아낸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하루 10억~20억달러, 많은 날은 50억달러의 물량을 부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율하락은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물가 진정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환율이 떨어지면 원유와 원자재 수입물가가 낮아져 물가상승 압력의 완충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외환개입 목적이기도 하다. 환율을 끌어내리려는 당국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달러 매물규모도 그렇지만 시장의 허점을 찌르는 시간대에 달러를 푸는 등 개입형태는 마치 작전을 방불케 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관계자들은 급락에도 불구하고 “아직 멀었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세자릿수 환율을 일시적 현상이 아닌 추세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부의 개입은 일단 약발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환율상승 기대심리는 주춤해진 듯한 분위기다. 물가를 생각하면 정부의 시장개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 개입의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위축 및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와 이에 따른 국제수지 적자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경상수지 악화는 환율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안 그래도 외국인 주식매도 행진, 단기외채의 대거 만기 도래 등 환율상승 요인이 많은 판이니 자칫하면 보유외환을 소진하고도 환율이 다시 치솟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외환위기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환율의 변동성이 너무 커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것도 문제다. 하루 30원 가까이 오르내리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시장이 자생력을 잃을 우려도 있고 환투기 세력에 기회를 줄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다만 이왕 개입했으니 정교하고 치밀한 접근으로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면서도 목표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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