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KIKO) 사태 등으로 자금난에 몰린 중소기업들이 은행대출마저 막히자 온통 정책자금으로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서 운용하는 정책자금은 일찌감치 한도가 소진되는 사태를 빚고 있어 추가적인 예산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21일 업계 및 관련기관에 따르면 중진공이 최근 키코기업들을 위해 추가로 편성한 300억원의 회생특례자금 지원창구에는 연일 중소기업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중진공이 지난 9일 접수를 시작한 이후 21일 현재까지 96개사가 상담을 받았으며, 상담금액도 당초 지원규모를 훨씬 웃도는 539억원에 이르고 있다. 키코 등 환헤지 파생상품 손실기업은 69개사이며, 상담금액은 446억원 수준이다. 이중 실제 신청을 마친 업체는 51개사로 신청규모도 328억원으로 이미 예산한도를 초과한 상태다. 키코 가입으로 120여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한 중소업체 대표는 “회생특례자금으로 10억원을 지원받아도 손실을 보전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당장 은행으로부터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아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중진공은 이처럼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몰리자 내년 예산중 긴급경영안전자금으로 편성된 3,000억원을 조기 집행하는 등 추가로 자금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경영여건 악화로 중진공의 사업전환자금 지원을 신청하는 중소업체들도 줄을 잇고 있다. 기존 사업을 변경하거나 신사업 진출에 나서는 업체에 지원되는 사업전환자금은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246개사로부터 1,200억원의 신청이 접수돼 이미 한도(1,100억원)를 훨씬 웃돌고 있다. 신청기업도 지난해 206개사에 비해 20%정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중진공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의 대출축소에 따라 신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업체들이 대거 사업전환자금에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며 “내년에도 사업전환자금 지원을 원하는 중소기업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돼 1,450억원의 예산을 편성한 상태”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용하는 중소기업공제기금도 영세기업들이 몰리는 바람에 오래 전에 대출재원이 바닥나 기업들에게 충분히 지원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공제기금의 전체 조성금액은 4,590억원으로 이 가운데 4,520억원이 대출로 나가있는 상태다. 공제기금측은 가입자 수혜폭을 늘리기 위해 무보증 한도를 가입부금의 2배에서 1.5배로 줄여 운용하고 있지만 대출업체는 전체 가입자 1만5,000곳 가운데 6,000곳에 달하고 있다. 대출 종류별로는 1호(부도어음 대출)의 대출잔액이 지난해 700억원에서 현재 756억원으로, 3호(단기 대출)가 2,687억원에서 2,783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고율도 지난해말 6%에서 현재 7.6%로 소폭 높아졌다. 공제기금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기 등으로 자금사정이 나빠지면서 대출을 원하는 가입자는 많은데 한정된 재원으로 지원해주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