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이 없는 공공기관의 모럴 해저드
감사원 등 당국의 끊임없는 지적과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는 끝이 없다. 공공기관의 경영정보 포털인 '공공기관 알리오 시스템'에 게시된 공공기관 이사회의 의사록은 방만한 예산운용을 통한 사내 복리후생 강화, 적자 속에서의 변칙적인 임금인상 등 공기업들의 구태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마사회는 명예퇴직자에게 3년간 건강검진과 경조사비 등의 혜택을 재직 직원들과 같은 수준으로 제공하기로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마사회 측은 "인사적체가 심해 명예퇴직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었다"고 설명했지만 명퇴 신청자는 고작 2명에 불과했다. 매년 적자를 내 국민의 혈세로 부족분을 충당하고 있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공무원의 복리후생을 위해 콘도 사업을 벌이려다 이사회에서 제지 당했고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기금대여 예산으로 57개 콘도회원권을 샀다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후안무치한 일이다. 인천항만공사는 연봉제를 확대시행하면서 초과근무수당과 휴일근무수당을 일률적으로 기본연봉에 포함하려다 보류됐다. 이 핑계 저 핑계로 급여를 늘리는 일도 여전하다. 부채가 10조원을 넘는 철도공사는 지난 7월 전직원에게 경영실적 성과급을 300%나 지급했다. 이밖에 농수산물유통공사와 대한광업진흥공사도 성과급 지급액이 올해 올린 수익보다 더 많다. 정상적인 기업경영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권 말기를 틈타 너도 나도 제몫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비효율적인 공공 부문이 국가경쟁력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마당에 이 같은 도덕적 해이가 기승을 부리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기업은 국민의 편익을 위해 세금으로 운영되거나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독점사업을 벌이는 기업이다. 당연히 국민에 대한 서비스와 효율적 운영이 최우선이다. 그럼에도 국리민복과 경영개선보다는 직원 복지향상을 위해 예산을 흥청망청 쓴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민간기업이라면 과연 이런 비효율과 낭비가 있을 수 있을까. 정부도 공기업의 경영효율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방만운영의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과감한 민영화를 비롯해 공공기관의 축소 통폐합이 시급하다.
입력시간 : 2007/08/27 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