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NTT도코모와 싱가포르의 싱텔이 아시아 이동통신 시장에서 맹주 자리를 놓고 벌이는 패권 경쟁에 SK텔레콤과 KTF 등 국내 업체들도 본격적으로 가세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해 KTF가 NTT도코모 주도의 이동통신연합체 ‘커넥서스’에 가입한 데 이어 지금까지 독자적인 해외진출 전략을 펼쳐온 SK텔레콤도 최근 싱텔이 주도하는 ‘브릿지 모바일 연합(BMA)’에 가입한 후 본격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해까지 국내 이통사들은 개별적인 로밍 협력관계를 맺는 수준에서 해외 이통사들과 협력해 왔다. 하지만 NTT도코모와 싱텔의 우군(友軍) 확보 싸움에 국내 이통사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하면 로밍활성화는 물론 사업 노하우를 교환하고 글로벌 업체들과 기술 발전 방향에 대해 보조를 맞출 수 있다. BMA를 주도하고 있는 싱텔은 싱가포르 현지의 가입자는 200만명도 되지 않지만 싱텔이 대주주나 2대주주로 있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가입자를 합치면 모두 5,000만명을 웃돌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싱텔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이동통신업체는 인도의 1위 사업자인 바티 에어텔을 비롯해 모두 7개사에 달한다. NTT도코모도 일본에서만 5,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일본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3G 서비스를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NTT도코모의 3G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아이모드를 채택한 국가는 영국ㆍ인도ㆍ홍콩 등 25개국에 이르며, NTT도코모가 지분을 투자한 해외 업체도 KTF를 포함해 5개사에 달한다. SKT는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베트남에 S폰을 설립한 데 이어 미국에 가상임대이동통신사업자(MVNO) 힐리오를 세우는 등 독자적인 해외진출전략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싱텔이 주도하는 BMA에 가입함에 따라 해외 사업을 추진하면서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SKT가 베트남의 S폰과 BMA의 연결고리가 되어준다면 S폰의 성장에도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T는 지난 주부터 BMA와 사업협력을 위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 오는 4월께 획기적인 로밍 요금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BMA 회원국가를 대상으로 현재보다 요금수준이 대폭 내려간 로밍 요금제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KTF도 지난해 11월 NTT도코모와 함께 아시아 태평양 8개 이동통신 사업자의 연합체인 커넥서스를 결성하면서 아시아 통신블록을 향한 새로운 축을 만들었다. KTF는 이를 통해 2,000만명이 넘는 3G 가입자를 확보한 NTT도코모의 노하우를 확보하는 동시에 로밍이나 단말기 구매 등에서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게 됐다. 특히 세계 최대의 이통사 연합체인 비동기식사업자연합(GSMA) 등 글로벌 통신협의체가 주관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발언권과 협상력을 높이는 부수적인 성과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