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포스트 5.31> 정치권 빅뱅 시작되나

여당발 지각변동 임박… 대연합론이 '뇌관'될 듯<br>與 핵분열 가능성 속 한나라는 대권경쟁 점화

'마침내 빅뱅의 막이 올랐다.' 5.31 지방선거의 후폭풍 속에 정계의 지축이 뿌리째 뒤흔들리고 있다. 이번 선거가 단순히 `지방선거'의 의미를 넘어 4.15 총선 이후 거대 양당간 `힘의 균형'에 터잡아온 중앙정치의 흐름을 무너뜨리면서 대선정국의 길목에 선 정치세력들이 이합집산을 모색하는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충격의 완패'를 당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빅뱅의 진원지로 떠오를 조짐이다. 전국정당으로서의 위상과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상실한 여당 내에서 "이대론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위기의식이 폭발하면서 여당발 `새판짜기'를 촉발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새판짜기의 뇌관은 `민주개혁세력 대연합론'이 될 전망이다. 위기에 내몰린 현여당 지도부는 반(反) 한나라당 기치 아래 우리당-민주당-고건(高建) 전총리간 `3자연대'를 성사시키는 쪽으로 위기타개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여권의유력 차기주자인 정동영(鄭東泳) 의장의 정치적 활로와도 맞물려 당내 주류세력을 중심으로 상당한 추동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선거에 패배한 여당이 정계개편을 추동할 이니셔티브를 갖기 어려운데다 정계개편 방향에 대한 입장차를 보이는 당내 친노세력의 반발이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가 커 현실적 동력을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코드'를 같이하는 친노세력은 대연합론이 여당의 정치적 구심을 호남에 국한시키는 `서부벨트' 전략으로서 `지역주의 회귀'로 몰아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친노세력은 그 대안으로 노대통령의 대연정 구상의 연장선상에서 `동서연합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히려 `대연합론' 추진이 여당의 `핵분열'을 촉진하면서 정계개편의 흐름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관측이 높다. 그동안 잠복됐던 당내 세력간 갈등과 대립이 대연합론을 계기로 전면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에서 세력의 분화(分化)가촉발될 것이란 얘기다. 특히 대연합론을 둘러싼 친노(親盧)-반노(反盧)세력간의 대립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탈당 및 친노세력의 이탈 또는 정동영계를 주축으로 한신당창당 시나리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는 정계개편의 또 다른 주체인 민주당과 고건(高建) 전총리 세력, `장외'의 대선 예비주자들까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줌으로써 정계개편의 흐름에 속도와 탄력을 더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강금실(康錦實) 서울시장 후보나 경기도지사 진대제(陳大濟) 후보 등 참신한 인물군들이 친노세력에 가세해 신당을 창당하는 시나리오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다. `대연합론'과 함께 여당 지도부가 꺼내들 또 하나의 정계개편 카드는 개헌론이다. 9월 정기국회 전에 4년 중임제와 내각제를 양대 축으로 한 개헌논의를 공론화한뒤 내년 상반기에 개헌을 완료한다는 시간표를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차기정권에서 개헌을 검토하자는 입장이어서 개헌을 매개로한 정계개편 시도가 어느정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정국의 중심추가 놓인 한나라당은 선거 압승으로 대선정국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함으로써 빅뱅 흐름의 한쪽에 비켜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당내 위상은 물론 차기주자로서의 지지도가 수직상승하면서한나라당 내에 `구심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당권.대권을 겨냥한 내부 권력게임은 매우 `인화성'짙은 변수로 남아있다. 박 대표가 대표직을 그만두는 6월 중순 이후부터 박 대표와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 등 차기주자 `빅3'의 대권경쟁이 본격화되고, 이는 7월 전당대회의 당권경쟁에서 대리전 양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경쟁대열에서 이탈한 이 시장이 탈당후 신당 창당을 도모한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여당이 드라이브를 거는 `민주세력 대연합론'에 맞서는 `보수 대연합' 노선의 구축도 한나라당발 정계개편을 추동해낼 또다른 변수다. 일부에서는 한나라당이 고 건 전총리를 적극 영입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텃밭' 수성에 성공한 민주당은 정계개편 흐름에 섣불리 편승하기 보다는 거대여야 사이에서 `협상력'을 발휘하며 정치적 입지를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당이 대연합론을 들고 나올 경우 노 대통령 및 친노세력과의 결별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신당 창당등의 논의과정에서 `지분 높이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차기주자 지지도에서 수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고 전총리는 정계개편 시나리오의`상수(常數)'다. 현단계에서는 여당이 꺼내든 대연합론의 중심매개이지만 고 전총리가 스스로 정계개편의 `주역'이 돼 범여권 신당을 만들어 대권후보로 나설 가능성이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뱅의 예보는 울렸지만 여당의 내부상황이 극도로 불투명하고 이를 바라보는각 정파의 `수계산'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어 그 신호탄이 언제 어디서 점화될 지모르는 `지뢰밭' 정국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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